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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토막살인범은 왜 도주 시도조차 안 했나

안산 토막살인범은 왜 도주 시도조차 안 했나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16-05-06 18:14
업데이트 2016-05-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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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범행 자백에도 남은 의문점들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고 진술 등을 통해 범행 윤곽이 밝혀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의문도 많다.
 먼저 용의자 조모(30)씨가 진술한 ‘우발적인 살해’ 부분이다. 6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최모씨가)10살이나 어리다는 이유로 허드렛일을 자꾸 시키는 등 무시했다”는 점을 살해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석 달가량 함께 산 동료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토막 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살인사건 등을 오래 취급해 온 한 경찰 관계자는 “우발적인 살인은 가능하지만,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시신을 반토막 내 유기했다면 다른 살해 동기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치정 등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발적인 범행이라면 시신을 원룸 욕실에 적어도 20여일 두었다는 것과도 배치될 수밖에 없다. 조씨는 범행을 저지른 시점을 3월 말에서 4월 초, 시신을 유기한 시점을 4월 27일이라고 했다. 시신을 원룸 욕실에 방치한 기간은 최소 20일, 최대 한 달로 추산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의도하지 않은 범행을 한 뒤 시신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또 조씨는 부엌에서 꺼낸 흉기로 최씨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했지만, 앞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씨의 사인을 ‘두부 손상사’라고 밝혀 사망 원인도 엇갈린다. 경찰은 “최씨가 숨지기 전 조씨에게 무참히 폭행당한 뒤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로 언론에 수시로 보도됐는데도 조씨가 도주하지 않은 것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전적으로 조씨 진술에 의한 것”이라면서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을 명료하게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 의문들에 대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씨에 대한 정신 감정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무시하고 그 집에서 견디고 머물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어 “처음에는 정신병력이 없었으나 이성과의 문제, 직장을 자꾸 변경하는 등 부적응이 반복되면서 판단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염건웅 명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발적 살인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염 교수는 “친한 사이가 아닌 사람들이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함께 사는 과정에서 쌓였던 분노가 갑자기 폭발할 경우 충분히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범죄심리학에 있는 ‘무동기 살해’로, 고스톱을 치다가 사소한 이유로 마을 노인 여럿을 숨지게 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염 교수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뒷일을 계산하지 못하고 축적된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무계획적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시신을 오랜 기간 보관한 점에 대해서도 염 교수는 “우발적으로 갑자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조씨가 당황한 나머지 처리 방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유기 편의성을 위해 시신을 훼손했을 수 있다”면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봤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단원경찰서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조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영장이 발부된 이후 공개하기로 했다. 피의 사실이 충분하고 범행 수법이 잔혹한 데다 사망이란 중대한 결과가 초래한 점을 고려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6-05-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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