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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더 주라/이상일 언론인

[열린세상]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더 주라/이상일 언론인

입력 2016-05-02 18:06
업데이트 2016-05-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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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언론인
이상일 언론인
오는 6일 샌드위치 데이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대한상의의 임시공휴일 지정 건의 배경은 국민들에게 하루를 더 쉬게 하면 돈을 쓰게 만들어 결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한 국내 최대 경제단체가 공개적으로 국민을 하루 더 놀게 하자는 논리를 편 것은 격세지감이 있다. 10여년 전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노동일수가 줄어들면 생산이 감소한다고 반대 논리를 펴며 난색을 보인 것이 재계였다. 국민들을, 근로자들을 더 쉬게 하고 더욱 여유를 즐기게 하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회성이 아니길 바란다.

기대와 달리 임시공휴일이 미칠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급박하게 결정됐기 때문이다. 필자도 4월 초에 5월 5일부터 사흘간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알아보니 한 달 전인데도 원하는 시간대에는 평소 평일 티켓 값의 몇 배 수준 가격에도 이미 매진 상태였다. 전국 휴양림 예약만 해도 한 달 전부터 받는다.

불과 열흘도 남기지 않고 선심 쓰듯 하루 더 놀게 해 봐야 그날 하루 일하는 것으로 알던 사람들은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숙박도 쉽지 않다. 결국 집에서 자고 당일치기로 놀러 가는 사람이 태반일 터이니 소비가 생각만큼 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경기가 어려우니 기업 투자가 움츠러들면서 소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소비 증대를 위해 임시공휴일이라도 지정하자는 대책은 궁여지책이지만 다음해 캘린더를 만드는 전년 말에는 결정해 주어야 한다. 사실 정부나 재계라고 임시공휴일을 멀찍이 앞서 결정하는 일이 합리적임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임박해서 임시공휴일을 정하는 것을 보면 근로 심리를 해이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소비촉진과 경제효과 기대보다 높은 것은 아닌가 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휴식 증대와 여가 증대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근로자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래서 한국은 전형적인 ‘피로사회’다. 이들이 더 쉬게 하고 더 소비하게 하려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비를 촉진하려고 해도 문제는 국민들의 주머니가 모두 두툼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가계부채가 많고 실업 상태나 비정규직으로 돈 쓸 여유가 없는 계층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임시공휴일이 주어져도 이에 관계없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대책, 취업 대책, 시간수당 인상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임시공휴일 지정만으로 이들의 소비 여력을 높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임시공휴일을 통해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이 예상되는 계층은 번듯한 직장이 있으며 소득도 웬만한 수준인데 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돈 쓸 시간도 모자란다. 연월차 휴가도 적극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법정 근로시간도 줄여 주는 장기적인 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임시공휴일 지정 건의를 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근로자들에게 긴 연휴를 주면 결국 해외로 나가 돈도 밖에서 쓰니 국내 경제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가물에 콩 나듯 찾아오는 연휴라면 가기 어려운 외국을 먼저 가 보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좀 더 근로자들에게 쉴 여유를 주고 연월차 휴가라도 길게 주어 보라. 그러면 이 나라 땅 구석구석도 찾아가 관광을 하면서 돈도 쓰지 않겠는가.

기업체 회장과 사장님들은 크게는 나라 경제를 걱정하고 소비 촉진 효과를 주장하면서 자신 회사의 근로자들 휴가에 대해서는 짜게 굴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근로자들의 과로를 줄여 주는 방안을 도입하고 필요하면 근로자들을 더 채용해 ‘일자리 셰어’를 했으면 한다. 기업 회장과 사장들이 두둑한 배당금이나 높은 연봉을 낮추면서 앞장서야 할 일이다.

어쩌다 1년에 하루 정도 놀려 주는 임시공휴일로는 소비촉진과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여유가 소비촉진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경제단체가 임시공휴일 지정 건의만으로 할 일 다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인식 변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2016-05-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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