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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사이언스] 미식가는 수명 짧다?…‘맛·향 신경세포’ 활발하면 단명

[달콤한 사이언스] 미식가는 수명 짧다?…‘맛·향 신경세포’ 활발하면 단명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05-02 21:06
업데이트 2016-05-0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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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이승재 교수팀 첫 규명

인슐린 유사물질↑… 노화 촉진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주인공 장금이 잠시 미각을 잃어 좌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일 장금이 끝까지 미각을 되찾지 못했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식의 영양소 외에 맛과 향도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팀은 맛과 냄새를 자극하는 감각신경 세포가 활발하게 작용하면 체내 인슐린 유사물질이 늘어나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수명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유전자와 발달’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선형동물을 이용해 감각신경계가 맛과 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성충의 몸길이가 1㎜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은 생체구조가 단순하고 수명이 3주일로 짧지만 노화 조절 유전자가 포유동물과 같고 유전자 조작이 쉬워 노화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 이 동물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명이 최대 50%까지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어떤 요인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에서 감각신경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만을 추출해 주입한 결과 맛과 향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인슐린의 일종인 ‘INS6’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호르몬은 수명 연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FOXO’ 유전자의 활동을 둔화시켜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더해 광(光)유전학 기술을 활용, 빛으로 맛과 향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를 자극할 경우에도 화학물질을 주입할 때와 같이 수명이 단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와 수명 조절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광유전학 기술이 노화와 수명조절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05-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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