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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같은 회화 & 회화 같은 사진…낯익은 도시 ‘낯선 재탄생’

사진 같은 회화 & 회화 같은 사진…낯익은 도시 ‘낯선 재탄생’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5-01 17:48
업데이트 2016-05-0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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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성 작가 ‘디지로그 풍경’展 · 김우영 작가 ‘얼롱 더 불르바드’展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예술가에게는 또 다른 관찰의 대상이 된다. 도시에서 발견되는 선과 면, 색채를 예술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두 작가의 전시가 눈길을 끈다. 때와 장소, 접근방식과 표현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들이 풀어낸 도시의 풍경은 신기하게 흡사하다.

너무나 익숙해진 도시의 풍경도 예술가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면 색다르게 다가온다. 왼쪽은 한운성의 작품 ‘금릉할인마트’. 그는 ‘디지로그 풍경’에서 건물의 껍데기만 남긴 생경한 풍경으로 그 이면에 실존하는 본질을 묻는다. 오른쪽은 사진작가 김우영의 작품으로, 도시의 풍경을 오랜 시간 관찰한 뒤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색면 추상화 같은 이미지로 풀어낸다.
너무나 익숙해진 도시의 풍경도 예술가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면 색다르게 다가온다. 왼쪽은 한운성의 작품 ‘금릉할인마트’. 그는 ‘디지로그 풍경’에서 건물의 껍데기만 남긴 생경한 풍경으로 그 이면에 실존하는 본질을 묻는다. 오른쪽은 사진작가 김우영의 작품으로, 도시의 풍경을 오랜 시간 관찰한 뒤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색면 추상화 같은 이미지로 풀어낸다.
한운성(왼쪽·70)은 매듭, 사과 시리즈로 잘 알려진 화가다. “소재는 바뀌지만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주제는 일관된다”고 말하는 그는 몇해 전부터 도시의 풍경에 꽂혔다. 여행 중 마주하게 되는 풍경들을 디지털카메라로 채집한 뒤 컴퓨터로 편집 재구성한다. 자신이 보았던 건물의 파사드, 즉 피부만 남긴 채 주변을 지워내 마치 영화 세트장의 가벽이나 길거리 광고판 같은 형태로 바꾸고 전통적인 페인트 작업으로 색깔과 무늬를 표현한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서 만들어진 작품 20여점을 ‘디지로그 풍경’전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삼청동 이화익갤러리에서 4일부터 선보인다.

디지로그 풍경 시리즈는 시각적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유럽의 동화 같은 마을, 유명한 관광명소, 독특한 분위기의 골목처럼 보기에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풍경도, 난삽하게 페인트칠해진 부산 감내동이나 간판으로 도배된 금릉할인마트, 콘크리트 광화문처럼 보기 흉한 풍경도 화가의 붓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는다. 그는 “몇해 전 영국 브라이튼에서 묵었던 오래되고 낡은 호텔이 실제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고 의미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을 계기로 시각적 이미지의 껍데기 이면에 실존하는 본질을 탐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의 이미지를 옮겨 놓은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작가에게는 그 자체가 최종적인 현실이며 보이는 이미지의 진실이라는 얘기다. 전시는 24일까지. (02) 730-7817.

사진작가 김우영(오른쪽·56)은 여행 중 마주한 도시의 풍경을 마치 색면 추상회화 같은 풍부한 색감과 세련된 감각으로 표현한다. 어떤 사람의 삶은 소설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것처럼 그의 사진은 추상화보다도 더 추상화 같다.

캘리포니아의 선셋불르바드, 휴스턴의 올드컬럼버스로드, 몬트리올의 프롬나드드뷰포르…. 건물보다는 거리의 이름을 딴 작품들은 미니멀리스트의 회화 작품처럼 쿨하고 매력적이다. 몬드리안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믹스하면 아마도 이런 느낌일 것이다.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갤러리에서 28일부터 열리는 김우영의 개인전 제목은 그래서 ‘얼롱 더 불르바드’(Along the Boulebard)이다.

김우영은 사람을 오랫동안 관찰하듯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한 도시의 풍경에서 색다른 풍경을 찾아낸다. 도시 공간과 건물 자체를 또 다른 회화적 공간으로 변화시켜 색감이 풍부하고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에 따라, 그리고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았다”면서 “선과 면으로 보이는 풍경에 사람의 이야기와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우영은 홍익대에서 도시계획학을 전공한 뒤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사진을 공부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으로 돌아와 잡지 사진과 광고사진 등에서 각광받는 상업사진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2007년 순수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여행을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는 그는 “1년 중 3분의2는 비행기나 차 안, 혹은 여행지에서 보낸다”며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적막 속에서 작업으로 풀어내곤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0일까지. (02)549-7575.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5-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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