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송된 KBS1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젊은이들이 떠난 섬, 영산도를 지키기 위해 돌아온 세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목포에서 뱃길로 두 시간인 흑산도 동쪽 끝자락에는 작은 섬 영산도가 있다. 영산도에는 세 차례의 태풍이 지나면서 양식업이 중단됐다. 이후 젊은이들은 모두 섬을 빠져나가면서 영산도에는 주민 43명만 남아 있다. 마을에는 대부분 노인들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들을 대신해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3인방이 있다. 자신의 고향이 무인도가 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15년 전 귀향한 최성광(49)씨와 그의 형 최성영(51)씨, 영산도를 동경해 1년 전 정착한 김성우(44)씨가 그 주인공이다. ‘남자 나이 마흔이면 전성기’라는 성광씨, 성영씨, 성우씨는 두 번째 청춘을 영산도에 걸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영산도에는 흔한 버스도 한 대 다니지 않는다. 당연히 마트나 미용실, 병원도 없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들 세 사람이 있기에 조금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성광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배를 운전해 주민들을 흑산도로 데려다준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섬 주민들을 위한 성광씨의 배려다. 덕분에 주민들은 육지에 나가 미용실에 들르고, 은행에도 다녀올 수 있다. 성우씨는 영산도의 우편배달부이자,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귀여운 막둥이다. 성영씨는 어르신들의 집에 수도나 보일러가 고장 나면 곧장 달려나가는 ‘영산도 정비공’이다. 이들 세 사람은 영산도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런 영산도에도 봄이 왔다. 바닷가에 숭어 떼가 몰려들자 성영씨가 고기를 잡고, 성우씨가 회를 떠 상에 올린다. 이내 어르신들이 모여 이들이 마련한 작은 잔칫상을 함께한다. 영산도 갯바위에는 홍합, 거북손, 성게 등이 풍성하게 피어나지만 주민들은 함부로 채취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그런 영산도에 3년의 금어기를 마친 홍합 채취의 날이 밝았다. 세 사람을 비롯해 마을 어르신들은 저마다 소쿠리를 하나씩 들고 집을 나선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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