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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는 성지순례만 있다고? 마라톤대회도 있다!

이스라엘에는 성지순례만 있다고? 마라톤대회도 있다!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4-29 17:45
업데이트 2016-04-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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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테러위협으로 위축된 관광산업을 증진시키고 성지순례 코스로 한정된 관광상품을 다변화하기 위해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의 국토 면적은 2만 2000여㎢로 남한 면적의 약 22%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은 면적 내에도 지중해 해변, 평야, 사막, 호수, 고원 등 다양한 지형이 분포해 있어 그에 걸맞는 다채로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스라엘의 기후는 지형만큼이나 다양해 겨울에도 서쪽의 지중해 해변에서는 온화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반면, 북쪽의 눈 쌓인 헬몬산에서는 찬바람을 맞으며 스키를 타고 활강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체험할 수 있는 수많은 스포츠 중에 정부가 특히 공들이는 스포츠 관광상품은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특별한 장비나 훈련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이기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여러 지역에서 매년 10여개의 국제 마라톤을 개최해 마라톤에 관심있거나, 특별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은 외국인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은 10㎞ 이상을 달리며 이스라엘의 자연 풍경이나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마라톤 대회는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을 홍보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3000년 고도(古都)를 뛰다,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는 여러 대회 중에서도 관광상품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지난 3월 18일 열린 올해 대회에는 지난해 대비 4000여명이 증가한 3만여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인원을 기록했다. 외국인도 66개국 2600여명이 참가했다. 대회 풀코스에 참가한 일본 국적의 홍콩 거주자인 김순이(여·37)씨는 “이스라일 친구가 예루살렘을 강력히 추천해 여행왔다”라면서 “마침 예루살렘에서 마라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마라톤 경험은 적지만 3000여년 전에 세워진 도시에서 뛰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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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예루살렘 국제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선에서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뒤로는 밴드가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예루살렘 국제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선에서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뒤로는 밴드가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는 42.2㎞의 풀코스, 21.1㎞의 하프코스, 10㎞, 5㎞, 1.7㎞의 패밀리코스, 800m의 커뮤니티코스로 구성돼있다. 모든 코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국회격인 크세네트와 이스라엘박물관 사이 도로에서 출발한다. 10㎞ 이상 코스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3대 종교의 성지인 구시가지(Old City)와 구시가지를 둘러싼 성벽길이 포함돼 있다. 비록 구시가지의 도로는 울퉁불퉁하고 성벽길은 가팔라 다른 대회에 비해 난코스지만, 성자들의 체취가 묻어있는 역사적 명소에서 뛰고 있다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풀코스에 포함된 히브리대 스코퍼스산 캠퍼스에서는 구시가지를 비롯해 예루살렘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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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예루살렘 국제마라톤 참가자들이 마라톤 코스인 예루살렘 성벽을 따라 뛰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예루살렘 국제마라톤 참가자들이 마라톤 코스인 예루살렘 성벽을 따라 뛰고 있다.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는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정식 대회면서도 모든 시민이 즐기는 축제다. 시민들은 마당에 나와 마라톤 참가자들이 집 앞을 지나가면 내·외국인 상관없이 박수를 보내며 응원한다. 시민들은 7세 아이부터 70세 할머니까지 대가족 단위로 패밀리코스에 참가해 가족 간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자선단체들은 장애인과 함께 커뮤니티코스를 뛰며 모금에 나서기도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11세 딸과 함께 커뮤니티코스에 참가한 레이첼 마론(여)은 “딸이 걷기와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데 이 대회에는 장애인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안전하고 짧은 코스가 준비돼 있고 신나는 음악도 나와 참가하게 됐다”라면서 “또한 대회에 자선단체들도 많이 참석해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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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의 커뮤니티코스에 참가한 장애인과 가족들이 출발선 근처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의 커뮤니티코스에 참가한 장애인과 가족들이 출발선 근처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예루살렘 국제마라톤대회를 주관하는 예루살렘개발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마라톤에 참가한 외국인, 특히 중국인 수는 크게 늘었지만 한국인 수는 답보 상태”라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성지순례 차 이스라엘에 많이 방문하지만, 마라톤 등 다른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면 색다른 이스라엘 관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연례 마라톤대회

1. 티베리아 국제마라톤대회

갈릴리 호수변을 따라 펼쳐지는 시골의 풍경과 해수면 200m 아래 요르단 계곡의 고대 유적지들을 따라 코스가 이어지며 평평한 아스팔트 길에서 진행된다. 마라톤 코스는 순환 코스로 갈릴리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티베리아의 주 도로에서 출발하여 요단강을 지나 엔게브 키부츠의 전환점까지 올라간 후 다시 티베리아로 돌아오게 된다. 올해는 지난 1월 8일 열렸다.

2. 이스라만 철인 3종 경기

세계에서 가장 힘든 10대 철인 3종 경기 중 하나며, 이스라엘의 휴양도시인 에일랏에서 개최된다. 이스라만 철인3종 경기는 3.8㎞의 수영 코스, 180㎞의 사이클 코스, 42.2㎞의 마라톤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이스라민 226), 본 대회보다 난이도가 낮은 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1.8㎞의 수영 코스, 90㎞의 사이클 코스, 21.1㎞의 마라톤 코스로 구성된 하프 이스라만 철인3종 경기(이스라만 113)도 있다. 올해는 지난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3. 텔아비브 삼성 마라톤대회

텔아비브 삼성 마라톤대회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대회 중 하나로 텔아비브의 가장 중요한 국제 행사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소와 지중해 해변길 등이 마라톤 코스에 포함된다. 올해는 지난 2월 26일 열렸다.

4. 헤르츨리아 여성 철인 3종 경기

텔아비브 북부 지중해 해변마을인 헤르츨리아에서 개최된다. 여성을 위한 이 대회에는 개인 또는 팀으로 참여 가능하며 지난해에는 8세의 어린 소녀부터 80세까지 1,800명 이상이 이 대회를 참가했다. 올해는 오는 5월 5일에 열릴 예정이다.

5. 성서 마라톤대회

실로부터 에벤에셀까지 42㎞를 달려 소식을 전했던 첫번째 마라토너의 발자취를 따라 코스가 진행된다. 올해는 오는 10월 21일 개최된다.

글·사진 예루살렘(이스라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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