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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한센인과 행복한 동행… 좋은 친구로 기억됐으면”

“43년 한센인과 행복한 동행… 좋은 친구로 기억됐으면”

김성호 기자
입력 2016-04-26 23:02
업데이트 2016-04-2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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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의 어머니’ 마리안네 스퇴거 수녀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육신과 영혼을 치유하며 살다가 2005년 홀연히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났던 ‘소록도의 어머니’ 마리안네 스퇴거(82) 수녀.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소록도성당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스퇴거 수녀는 26일 소록도병원 본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한 일은 지극히 사소한 일이며 요란하게 대접받을 게 못 된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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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네 스퇴거 수녀
마리안네 스퇴거 수녀
→소록도를 다시 찾은 소감은.

-아름다운 모습의 소록도를 보게 돼 정말 기쁘다.

→소록도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많이 변한 것 같다. 한센병 환자들이 생활하는 건물이며 대우가 개선된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43년간 소록도에 살면서 뭘 이루려 했나.

-특별한 게 아니었다. 아픈 이들을 도우면서 예수님 복음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환자들이 치료가 잘돼 가족의 품에 안기는 것이었다. 편견 탓에 한센병 환자를 내팽개친 가족들이 환자를 다시 보듬어 안는 모습 말이다.

→소록도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당시 환자나 치료하는 사람이나 모두 종교를 가리지 않았다. 서로가 치료하고 치유, 위안받았던 좋은 친구로 기억됐으면 한다.

→43년의 힘겨운 봉사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예수님을 믿고 기도하며 매일매일을 산 것이다. 주변의 크고 작은 도움도 힘이 됐다.

→한센인을 포함해 환자는 수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 사람들도 모두 축복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아들 같고, 딸 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주 친한 친구다.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난 이유가 있었나.

-당시 대장암 수술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 떠나기 이틀 전 주교와 신부에게 귀띔했었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나중에 전화통화를 하면서 모두 풀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모두 신앙 안에서 기쁘게, 그리고 자연 안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왜 그렇게 피했나.

-그냥 한센인들을 좋아하면서 좋은 날들을 보냈다. 뭐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었는데 내가 한 일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삶을 소록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말 행복했나.

-하늘만큼 행복했다.

글 사진 소록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6-04-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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