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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소통/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소통/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6-04-20 18:02
업데이트 2016-04-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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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퇴근길, 요즘 7080 노래를 듣느라 이어폰을 끼는 날이 잦다. 운 좋게 자리에 앉으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기 일쑤다.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아서다. 무심코 눈을 떴다. 맞은편 좌석에 손짓을 주고받는 젊은 두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다. 눈길이 멈췄다.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웃는 모습은 맑았고, 표정은 예뻤다. 행복해 보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을까, 재밌는 걸까.” 청각장애인인 줄 직감했지만 이어폰을 뺐다. 말소리가 없다. 손짓의 의미를 몰라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면서도 무심결에 궁금한 듯 귀를 쫑긋했다.

우리 삶 속에서 그들은 장애인이다.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하는 그들 속에 내가 있다면…. 오히려 소통하지 못하는 쪽이 장애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청각장애인은 내가 잘 모르는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다.

장애인의 반대가 비장애인인 것과 같다. 일반인, 정상인이 아니다. 차이가 아니라 다름인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으며 생각했다. 다수의 힘을 빌려 소수의 의견을 가두려 하지는 않는지를.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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