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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페이퍼스, 100개 언론 ‘공유’로 폭로”

“파나마 페이퍼스, 100개 언론 ‘공유’로 폭로”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6-04-12 22:34
업데이트 2016-04-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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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세그니니 교수 보도 과정 밝혀

사상 최대 역외 탈세 자료 공개 파문
문서 1150만건 보며 해당 기업 찾아
각국 언론인 400여명 비밀리 협업


“그것은 우리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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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니나 세그니니 컬럼비아대 교수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AP통신 본사에서 열린 ‘데이터 저널리즘 서밋 2016’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발전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보도한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지아니나 세그니니 컬럼비아대 교수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AP통신 본사에서 열린 ‘데이터 저널리즘 서밋 2016’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발전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보도한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 탈세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등 각국의 지도자 및 전·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됐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탐사보도협회 소속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지아니나 세그니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뉴욕의 AP통신 본사에서 열린 ‘데이터 저널리즘 서밋 2016’에서 “지금까지의 프로젝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용량의 일이었고, 이런 식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우리도 처음이었다”며 보도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를 위해 협회는 1년 동안 2.6테라바이트(TB) 분량, 1150만건의 문서를 다뤘다. 세그니니는 “기존 인력으로는 10초당 한 건의 문서를 봐야 1년 만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이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원자료의 80%가 이미지 형식을 갖춰 사진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캐야 했고, 문서 안에 포함된 200여개 국가의 21만 4000개 기업 가운데 탈세 기업을 일일이 가려내야 했다.

세그니니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공유’”라고 말했다. 협회 소속 각국의 100여개 언론사, 약 400명의 언론인이 참여해 자료를 공유했다. 정보를 나누는 과정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형태에 비유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처럼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이 ‘비밀’을 공유하는 그룹에 속한 사람들만의 전문적인 지식을 서로 나누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자료는 20개 언어로 번역됐고, 법률상 문제를 수시로 검토하기 위해 국적이 다른 4명의 변호사가 참여했다. 50여 개국 140명의 정치인에게 역외 탈세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200여명이 전화기를 붙잡았다.

이렇게 완성된 자료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그래픽을 통해 시각화했다. 그 결과 파나마 페이퍼스는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영향력을 더 높였다.

보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을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이 일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것이 고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큰 비밀을 400명이 공유하고 있었는데 1년 동안 철저히 비밀이 지켜진 것도 놀랍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안 문제 때문에 이번 주만 해도 서버를 일곱 차례 갈아치울 만큼 (비밀을 지키기가) 힘든 일이었다”면서 “그러나 잘못된 일을 바로잡자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은 신뢰를 쌓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뉴욕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6-04-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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