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로 본 공무원 시험조작 ‘사건의 재구성’

입력 : ㅣ 수정 : 2016-04-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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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 5차례 총 24시간 이상 청사 휘집고 다녀
 

뻥 뚫린 정부서울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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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뻥 뚫린 정부서울청사

7일 경찰이 밝힌 송씨의 행적에 따르면 그는 5차례에 나누어 만 24시간 이상 정부서울청사에서 돌아다녔다. 5차례의 진입 방식은 모두 달랐다. 그를 의경으로 오인한 경비들이 쉽게 정문을 통과시켰고, 체력단련실에서 자물쇠 없는 라커룸을 찾고는 공무원증을 훔쳤다.

이후 청소 직원들이 비밀번호를 기억하려고 벽면에 적어둔 것을 보고 사무실 도어락도 쉽게 열었다. 이런 식으로 진입이 안 될 때는 지하 주차장을 통로를 이용해 진입하기도 했다. 또 인사혁신처 직원 행세를 하며 자석열쇠를 경비직원에게서 넘겨 받기도 했다. 정부 보안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2월 28일, 3월 6·24·26일, 4월 1일 등 5차례 침입했다. 우선 송씨는 2월 28일 오후 5시에 들어가 2시간 30분을 청사에서 머물렀다. 이후 3월 6일에는 오전 11시에 정문을 통해 진입했고, 3월 24일에는 오후 4시 45분 정문으로 들어와서 이튿날 새벽 1시 32분에 정문으로 빠져 나갔다. 또 3월 26일에는 저녁 8시 47분에 들어와서 다음날 새벽 5시 50분까지 머물렀다. 4월 1일은 오후 5시 30분에 들어와서 저녁 10시 25분에 나갔다. 경찰이 파악한 것만 해도 송씨가 정부서울청사에 있었던 시간은 만 24시간이 넘는다.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PSAT) 시험지를 훔치겠다고 범행을 계획한 송씨는 2월 28일 청사를 찾았다가 폐쇄회로(CC)TV와 외곽 경비를 보고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출입증이 없어도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진입을 시도했다. 이 때 경비가 송씨를 의경으로 착각하고 통과시켰다. 송씨는 이후 우연히 가게 된 체력단련실에서 라커룸에 자물쇠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다. 이날 시험지를 훔치러 사무실에도 진입하려 했지만 도어락 비밀번호를 몰라 실패했다.


 3월 6일에는 미리 훔친 공무원증을 들고 후문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태그가 되지 않았다. 해당 공무원이 3월 2일 공무원증 분실 신고를 하면서 실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씨는 정문으로 들어가면 신분증만 보여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정문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본관 정문에 들어서면서 게이트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자 건물을 돌아 후문 현관으로 진입한 후 복층 계단을 통해 체력단련실로 진입했다. 이후 또 락커룸에서 공무원 신분증으로 또 훔쳤다. 그 신분증으로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접근했다. 주로 인사혁신처가 있는 15·16층을 돌아다녔고 채용관리과 출입문 벽면에 기재된 네자리 숫자를 우연히 확인하면서 사무실에 잠입에 성공했다. 목적은 답안지를 수정하는 것이었지만 사무실에 답안지가 없었으니 역시 실패했다.


 송씨는 거주지인 제주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3월 24일에도 훔친 공무원증을 제시하고 정문을 이용해 청사에 들어왔다. 이날로 미리 훔친 신분증이 도난 신고가 돼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는 지하 1층에 주차장에서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고 청사로 진입했다. 이날은 채용담당자의 컴퓨터에 접속을 하려는 게 목적이었지만 보안을 풀지 못해 실패했다. 특히 이날 송씨는 인사혁신처 직원 행세를 하며 경비직원에게서 사무실 자석열쇠까지 받아 출입문을 여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출입문은 비밀번호로만 열리는 상황이었다.


 청사 진입 방법을 습득한 송씨는 범행을 저지른 3월 26일에는 거칠 게 없었다. 정문 통해서 들어온 후 체력단련실 들어가 공무원증 훔쳤다. 훔친 공무원증으로 중앙 엘레베이터를 통해 사무실로 직행한 후 벽에 써 있던 비밀번호로 사무실 도어락을 열었다. 그리고 채용담당자 PC에 자신이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는 USB을 꽂아서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해제했다. 그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당초에 알려진 리눅스는 아니었고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 받을 수 있는 OS프로그램이었다.


 송씨는 이후 자신의 범행이 들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일 다시 청사를 찾았다. 통상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채용을 공고한 후, 시험을 치른 후 다시 한번 공고하는데 그것을 보고 범행이 들통났다고 오인했다. 하지만 그날에는 이미 벽면의 비밀번호가 지워진 후였고 송씨는 비밀번호를 외우지 못해 사무실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송씨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것을 모르고 제주도로 내려가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며 합격자 발표날인 6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 4일 경찰의 급습으로 체포되면서 그의 범죄는 막을 내리게 됐다.


 한편 송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들어가 시험 담당자의 컴퓨터에 접속한 뒤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도의 한 대학 졸업 예정자인 송씨는 지난달 5일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PSAT)에 응시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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