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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할랄산업이 신성장 동력이다/이종락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할랄산업이 신성장 동력이다/이종락 산업부장

이종락 기자
입력 2016-03-28 18:02
업데이트 2016-03-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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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논설위원
최근 대한상의는 13대 수출업종을 생산하고 있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개 기업 중 8곳의 주력 제품이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드는 쇠퇴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응답한 기업의 86.6%가 신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산업과 연관된 분야’(45.7%)나 ‘동일분야’(43%)라고 답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자동차, 전기·전자, 화학, 해운, 철강 등 주력 산업들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에 따라잡히면서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어 새로운 성장을 이끌 산업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위기에 할랄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할랄산업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된 식품·의약품·화장품 산업 등은 물론 무슬림들이 편하게 느끼고 생활하고 머물 수 있게 하는 관광, 패션, 금융업 등을 모두 가리킨다. 할랄산업의 중요도는 각종 통계에도 나타난다.

28일 명지대 아랍지역학과에 따르면 2012년 무슬림들의 식품 및 비알코올 음료 소비액은 1조 880억 달러로 전 세계 소비액의 16.6%를 차지한다.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이다. 글로벌 식음료 업체인 네슬레는 1992년부터 할랄 식품 개발에 나서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식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슬람 제약 시장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2018년 무슬림들의 의약품 소비액은 970억 달러로 세계 전체 소비의 7%를 차지할 전망이다. 무슬림의 의류와 신발 시장은 2012년 전 세계 소비액의 10.6%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전 세계 무슬림의 모바일폰 가입자 수는 13억 3500만명으로 전 세계 21%를 차지했다.

2012년 무슬림의 화장품과 개인위생용품은 260억 달러로 세계 소비액의 5.7%를 점유했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화장품 가운데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 화장품 업계가 발빠르게 할랄 인증을 받기만 하면 이슬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무슬림의 세계 여행 지출액은 2012년 1조 950억 달러로 미국, 독일, 중국인보다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연간 약 20만명이 해외 의료관광을 떠난다. 2012년 253만명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한 태국은 미국, 영국, 독일, 이집트와 더불어 아랍 의료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3개월 동안 비자를 면제하는 것은 물론 환자 한 명당 3명의 동반자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할랄산업에 진출하려 하지만 특정 종교 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지자체가 할랄산업을 유치하면 한국이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이슬람국가(IS)의 배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해 전북 익산시와 강원도가 할랄산업을 육성하려다 철회한 상태다. 하지만 100여개 이상의 국내 기업들이 할랄 관련 식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무슬림 유입이 전혀 없었다. 할랄산업은 말 그대로 사업이다. 종교적 신념과는 분리해 봐야 한다. 할랄산업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산업의 돌파구다. 이슬람권이 세계 인구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할랄시장이 매년 20%가량 성장하는 만큼 국익과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가 할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jrlee@seoul.co.kr
2016-03-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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