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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언론의 힘, 불편한 진실 파헤치기/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언론의 힘, 불편한 진실 파헤치기/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입력 2016-03-27 18:24
업데이트 2016-03-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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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에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의 사명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 보도한 기자들의 이야기다.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다. 사건을 파헤치려 할수록 더욱 굳건히 닫히는 진실의 장벽은 높다. 하지만 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며 권력에 맞서 싸운다. 특종을 빨리 보도해야 하지만 이들은 기다리기까지 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저널리스트들의 의무와 자세를 이야기한다. 거대조직, 그것도 종교에 맞선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취재를 계속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의 기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적 사명을 완수해 간다. 미국이 배경이지만 기자라는 본분에 이토록 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째 어벤저스를 보는 느낌이다.

언론은 가이드 독(guide dog), 파수견(watch dog), 애완견(pet dog)이 다 될 수 있다. 단순히 정보만 전하는 가이드 독이 될 수도 있다. 권력을 감시하는 파수견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권력에 아부하는 애완견도 될 수 있다. 어떤 선택지를 잡느냐에 따라서 언론의 정당성이 결정된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이미지’가 시작되는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권력의 행태를 보며 산다. “매스 미디어는 두 가지 종류의 뉴스를 찾는다. 하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는 뉴스다. 여론조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뉴스거리로 만들어 준다.” 여론조사의 대부라고 불리는 조지 갤럽이 한 말이다. 언론은 사건이나 상황을 보도하고, 현실보다 더 힘이 센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언론의 ‘틀짓기’에 따라서 상황은 다른 각도에서 보인다. 그래서 언론의 공정함, 객관성은 중요하다.

언론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파헤치기에 따라서는 권력도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죽은 권력’에 강하지 ‘산 권력’에는 강하지 않다. 영화 ‘내부자들’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대사도 나온다.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 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안줏거리를 던져 주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영화라고만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고 무서운 대사들이다.

정치 보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이 정치 쟁점보다 이미지나 가십 중심의 보도를 한다는 점이다. 선거 보도를 할 때 각 후보 간의 정치적인 쟁점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인물 중심, 이미지 중심의 보도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무대에 올라온 연극에 대해 보도를 하면서 연극 자체의 완성도나 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배우들이 어떻게 캐스팅됐고, 배우들이 서로 누구와 친한지 등을 주로 보도하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미디어가 딱딱하고 골치 아픈 캠페인 보도를 기피하는 이유는 정치 과정조차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어야 하는 오락적인 쇼의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보도를 정책 대결보다는 개인적 자질의 대결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나온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텔레비전 뉴스가 점점 오락물처럼 변해 가는 추세를 비판하면서 뉴스가 과연 ‘오락’인지 ‘오락 뉴스’인지를 묻는다. 물론 모든 보도에서 정보와 오락의 경계선이 분명치 않을 때도 있다.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고자 하는 좋은 의도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겉을 사탕으로 바른 약을 너무 많이 먹다 보면 어디서부터가 약이고 어디서부터가 사탕인지 애매해진다.

언론을 다룬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유권자야. 100만명을 위한 엉터리 뉴스를 하느니 100명을 위한 좋은 뉴스를 할 거야. 미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건국 이래로 끊임없이 쉬지 않고 반복해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온 나라야. 우리 DNA에는 그런 정신이 있어.” 언론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힘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시 한번 해 봐야 한다.
2016-03-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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