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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다문화가 힘이다/이순녀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다문화가 힘이다/이순녀 문화부장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6-03-14 18:08
업데이트 2016-03-1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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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논설위원
호주 빅토리아주의 주도이자 시드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멜버른에선 지금 다문화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토요일 밤 멜버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예술인들의 전야제 공연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300여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문화다양성 주간’ 마지막날인 20일에는 도심 페더레이션광장에 10만명이 모여 대규모 피날레 행사를 갖는다. 빅토리아주 520만 인구 가운데 25%가 이민자이고, 46%는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민자다. 출신 국가는 200여개, 언어는 260개, 종교는 135개에 이른다. 지난 10일 현지에서 만난 스피로 아라트사스 빅토리아주 다문화위원회 위원장은 “다양한 문화를 지닌 이주 외국인들은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근간”이라면서 “주정부에서 각 커뮤니티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호주는 일찍부터 다문화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써 왔다. 지난주 호주 정부 초청으로 방문한 시드니, 캔버라, 멜버른 곳곳에서 그런 노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드니에 본사를 둔 공영방송사 SBS가 대표적이다. SBS는 호주의 백인 우선 정책인 ‘백호주의’가 1973년 공식 폐기된 뒤 1975년 6월 출범한 다문화, 다언어 전문 방송이다. TV,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74개 언어로 방송한다. 인구 비례에 따라 방송 시간을 배분하는데 한국어 라디오 방송도 매일 오후 9시부터 1시간씩 전파를 타고 있다. 최근엔 아랍어 전용 라디오 채널을 개국해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

캔버라에선 영유아 때부터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다문화 교육의 현장을 목격했다. 일행이 방문한 플린 유치원은 원생과 교사 모두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지닌 덕에 모든 놀이에 다문화 요소를 접목시키고 있었다. 한국인 교사 이경신(51)씨는 “아이들에게 짝짜꿍, 곤지곤지 같은 한국 놀이를 가르친다”고 했다. 호주는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이중언어 교육도 주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으면서 다문화가정 2세들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다문화가정 자녀는 2006년 2만 5000명에서 지난해 20만 8000명으로 8배 증가했다. 초등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 비율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2006년 처음 다문화 정책을 내놓았던 정부는 다문화 유치원 확대, 다문화 특별학급 설치, 다문화교육지원센터 추가 설립 등 성장 주기에 따른 종합 지원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하지만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다문화 정책에 반대하는 주장들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국 이주민들을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 세력으로 간주해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호주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다문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최혜월 호주국립대 한국학 교수는 “다양한 문화를 끌어안는 포용력이 호주 사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제니 맥그리거 멜버른대 아시아링크센터장은 “성공적인 다문화사회를 이루려면 인내와 이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더 많은 이민자 유입은 머지않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다. 다문화가 짐이 아니라 힘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coral@seoul.co.kr
2016-03-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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