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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권자 변해야 정책 선거 뿌리내린다/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기고] 유권자 변해야 정책 선거 뿌리내린다/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입력 2016-03-14 18:08
업데이트 2016-03-1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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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4·13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은 탓도 있겠지만 정당의 내부 분열과 공천 작업 등으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가뜩이나 취약한 정책 선거의 실종이 우려된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자 선택을 통해 권력을 위임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당락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냉엄한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단 표심부터 얻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거나 임기 내에 실현하지 못할 공약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제19대 총선 당시 실시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 전 유권자들은 정책과 공약을 제일 중요한 선택 요인(34.0%)으로 꼽았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는 정책 요인이 소속 정당(39.8%)과 인물·능력(34.6%)에 이은 세 번째 선택 기준으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유권자가 정책 선거 대신 지역주의 선거를 유인한 꼴이 되고 말았다.

당위적 측면에서 좋은 후보자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정책과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를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냉정한 선거 현실 앞에서 유권자가 정책과 공약에 대한 평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한 좋은 후보자를 양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좋은 공약과 정책으로 대결하는 후보자를 만드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차이점은 무엇인지, 나의 가치와 이익에는 부합하는 것인지 따져 보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권자를 나몰라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가 끝난 후 유권자가 그들의 정책이나 공약을 잊고 산다면 다음 선거에서 헛공약이 남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를 안다면 유권자가 정책 선거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먼저 정책에 대한 관심과 확인에서부터 시작하자. 14일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의 10대 정책이 중앙선관위 정책·공약 알리미 사이트(policy.nec.go.kr)를 통해 공개됐다. 각 정당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예산은 뒷받침될 수 있는지, 구체적 실현 방안이 적시돼 있는지 철저히 비교하고 분석해야 한다. 유권자의 눈이 정책을 바라보아야 정당과 후보자들의 눈이 국민을 바라보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비판적 선택으로 유권자 스스로가 자신의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루소의 뼈아픈 비판을 되새겨 볼 때다. 20번째를 맞는 성년의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유권자의 변화를 통해 정책 선거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6-03-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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