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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서 이승훈과 대결 기대… 꼭 金 딸 것”

“평창서 이승훈과 대결 기대… 꼭 金 딸 것”

한재희 기자
입력 2016-03-11 03:00
업데이트 2016-03-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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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계의 메시’ 네덜란드 특급 ‘스벤 크라머르’ 인터뷰

세계선수권 8번째 우승 대기록
선수인 아버지 따라 3살 때 운동
“세계 정상 비결은 사생활 포기
프로선수로서 오직 훈련만 해”
밴쿠버서 실격… 이승훈 1만m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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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위해 하트 포즈… 털털한 크라머르 ‘스피드스케이팅계의 메시’ 스벤 크라머르가 지난 8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빙상장에서 팬들을 위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팬 위해 하트 포즈… 털털한 크라머르 ‘스피드스케이팅계의 메시’ 스벤 크라머르가 지난 8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빙상장에서 팬들을 위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벤 크라머르(30)는 네덜란드 최고의 인기 선수다. 동계올림픽에서만 7개(금3·은2·동2)의 메달을 따낸 그는 이미 여러 편의 TV광고에 출연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구독자를 36만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크라머르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날이면 현지 신문과 방송은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곤 한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크라머르를 ‘스피드스케이팅계의 메시’라고 부르고 있다.

‘특급 선수’인 만큼 성격도 도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 8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빙상장에서 만난 크라머르는 털털한 사람이었다. 팬들을 위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곧바로 익살스런 표정과 함께 포즈를 취했고, 사람이 많은 경기장 관람석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그가 왜 네덜란드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이날 인터뷰의 중심 화제는 그의 스피드스케이팅 올어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 8번째 금메달 획득 소식이었다. 크라머르는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893년 대회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없었던 대기록이다. 현지 신문들은 곧바로 앞다퉈 ‘크라머르 말고 다른 누가 있나’, ‘고독한 왕 크라머르’라는 머리말로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크라머르는 대기록을 달성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금 피곤했었지만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곧이어 열리는 이번 시즌 마지막 월드컵 경기만 끝나면 4주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 바라보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비결에 대해서는 “프로 선수로서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일 파티와 같은 사적인 일들을 포기했어야만 했다”며 “스케이팅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3살 때 운동을 시작하며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결국 꿈을 이뤄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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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 크라머르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올어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번째 금메달을 따내는 대기록을 세우자 현지 신문들이 크라머르에 대한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스벤 크라머르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올어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번째 금메달을 따내는 대기록을 세우자 현지 신문들이 크라머르에 대한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유독 빙속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케이팅은 네덜란드 문화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이곳에선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온도가 낮아지면 밖에 나가서 스케이팅을 즐긴다”고 답한 뒤 “그 덕에 네덜란드 선수들 간의 경쟁이 아주 심해져 더 실력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빙속에 걸려 있던 36개 메달 중 23개(금8·은7·동8)를 싹쓸이한 이 종목의 절대 강국이다.

크라머르는 한국의 스케이팅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했다. 그는 “이승훈(28·대한항공)이 매스스타트에서 좋은 결과를 냈고, 이상화(27·스포츠토토)도 단거리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이러한 좋은 선수를 통해 한국 빙속이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달성하고 싶은 마지막 목표에 대해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만m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며 “이 종목에서 과거 이승훈 선수에게 졌었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한 뒤 웃어 보였다.

수많은 메달을 딴 크라머르이지만 동계올림픽 1만m 금메달은 아직 없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릭픽에서는 실격을 당해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넘겨줬고,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팀 동료 요리트 베르스마(30)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은퇴 무대로 여기고 준비에 한창인 이승훈과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크라머르가 2년 뒤에 펼칠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사진 헤이렌베인(네덜란드)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6-03-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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