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열린세상] 북한은 아직도 대북 제재 효과를 모르나/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열린세상] 북한은 아직도 대북 제재 효과를 모르나/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입력 2016-03-07 18:14
업데이트 2016-03-07 18: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지금 거침없이 막말과 험악한 소리를 내뱉을 때가 아니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4차례의 핵실험과 6번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북한이 얻은 것이 무엇이고,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성찰하고 결심할 때다.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북한이 그동안 제재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자주와 자강에 기초해 버텨 왔기 때문에 어떠한 제재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더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왜 그동안 불법거래, 밀수, 자금세탁, 명칭 세탁 등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북 제재 결의안을 무시하고 강행해 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 2270호에 이르기까지 대북 제재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고, 회원국의 의무 사항은 증대됐다. 또한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물건에 대한 육로, 해상, 항공의 모든 루트가 차단되고, 통치자금줄도 더 공세적으로 조이게 됐다. 더 나아가 우리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각 국가는 안보리 결의안의 성실한 이행과 더불어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양자 제재도 준비 및 시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아직도 제재 국면을 일정 정도만 잘 참고 견디다 평화공세를 펼치면 제재 국면이 하강할 것이라는 오판을 하고 있다면 빨리 접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제재 국면을 운영하는 구조가 변했고, 참여자들의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첫째, 설사 북한이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이전부터 제재를 회피하는 방안(loophole)들을 모색해 놨다고 해도, 이제는 회피 방안마저도 제재망에 걸리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필리핀이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3일 만에 진텅호를 몰수하고 선원을 추방할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청천강호 사건에 따라 안보리가 소속 해운사 원양해운관리회사(OMM)를 특별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OMM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 이름과 국적을 바꾼 채 화물선을 운항한다는 주의와 더불어 부록에 진텅호를 비롯한 선박 31척의 이름과 등록번호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회원국을 비롯해 기업들은 제재 리스트에 올라온 기관, 사람, 선박, 심지어 자금 출처 등에 이르기까지 빅데이터망을 통해 기록들을 추적할 수 있기에 ‘세탁’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둘째,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과연 성실히 이행할 것인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 이 역시 과거와 명백히 달라졌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제재의 효과란 제3국 효과가 없을 때 극대화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임을 북한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거의 90%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국의 성실한 의무 이행만으로도 북한 경제성장률이 최대 4.3%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집권 이후 계속 하락하는 경제성장률(2012년 1.3%, 2013년 1.1%, 2014년 1.0%)은 결국 마이너스 경제성장률로 돌아서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병진정책의 대실패다. 중국 무역 의존도가 90%에 가깝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는 대북 제재 의무 불이행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중국 견제를 높이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는 접는 것이 나을 것이다. 게다가 환구시보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설문 참여자의 82%가 대북 제재를 지지할 만큼 중국 국민들에게 북한은 말썽만 부리는 이웃에 불과하다.

제재 국면을 내부 통합과 정권 안정용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 또한 큰 착각이다. 5월 7차 당 대회까지 현 국면을 최대한 이용해 경공업, 화물수송, 철강재 생산 등 각 분야에서의 공동구호 과업 관철 및 초과 달성을 홍보하고, ‘70일 전투’ 관련 군중대회와 궐기모임을 열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70일 전투’가 끝날 때쯤 되면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내놓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는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핵무기를 질량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2016-03-08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