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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미디어 융합 시대, 무엇보다 중요한 콘텐츠 투자/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디어 융합 시대, 무엇보다 중요한 콘텐츠 투자/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2016-02-28 18:02
업데이트 2016-02-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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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디어 융합의 시대다. 미디어 융합은 서로 다르게 분리돼 있던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가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되고 중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TV 콘텐츠를 TV로만 시청하던 이용자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대신에 PC나 핸드폰, 또는 게임기나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시 또는 편한 시간에 TV 콘텐츠 이용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이동통신 서비스가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무선 디바이스를 통해 영상, 음악, 정보 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기술 개발은 기존 서비스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 이용 시간 및 공간적 한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관련 시장의 융합을 촉진한다. 과거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분리돼 있던 서비스들이 기술적으로 유사 서비스들을 제공하면서 나타나게 된 변화다. 예컨대 방송과 통신의 경우 기존에는 각기 다른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서로 기능적으로 유사하거나 또는 상호 보완이 가능한 결합 서비스로 함께 묶이고 있다.

이들 결합 서비스에는 방송 콘텐츠를 포함해 유무선 통신, 초고속 인터넷 등 여러 서비스가 포함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본질은 변하지 않은 반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디바이스 등은 다양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콘텐츠 사업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디어 융합은 기회다. 미디어 융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이나 디바이스 사업자들에게 콘텐츠는 서비스 차별화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잘만 만들면 이를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의 방송 플랫폼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반의 IPTV(Internet Protocol TV)나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통해 다양하게 비싼 값에 유통시킬 수 있다. 게다가 한류 파워를 적절하게 활용해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시장까지 개척할 수도 있다. 웰메이드 콘텐츠는 추가 제작 비용이 없이도 국내외 유통 가치를 최대치로 창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미디어 융합이 진전되고 있는 현재 우리의 콘텐츠 제작 기반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방송 한류를 이끌어 왔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제작비 파이낸싱이나 전문 인력 양성 및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광고 시장 위축 및 광고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방송사 대부분 비용 절감 및 수익 확대 목적으로 콘텐츠 제작보다는 유통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통신사들 역시 다르지 않다. 통신사들은 콘텐츠 투자나 제작보다는 플랫폼 통합, 또는 방송통신 결합 서비스 확대를 통해 기존 통신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늘리거나 유지하려는 전략에 역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융합은 진화되고 있지만 융합 시장에 걸맞은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품질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국내 미디어 융합 시장에서 혁신적인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해외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이미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유통 시장을 성공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가령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단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상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유통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사업 모델은 다르지만 각각 글로벌 동영상 콘텐츠 유통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 모두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유통 시장의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융합 시장은 영상, 정보, 통신 서비스들을 묶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나 디바이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결합 시장의 속성을 갖는다. 미래 미디어 융합 시장의 성패는 이들 결합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 및 확보 여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콘텐츠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더욱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2016-02-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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