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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력파 발견소식 들었을 때 나도 안 믿어”

“처음 중력파 발견소식 들었을 때 나도 안 믿어”

입력 2016-02-12 12:04
업데이트 2016-02-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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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논문에 저자로 이름 올린 한국 연구진 기자회견

“이번 발견은 최초의 중력파 직접 검출이고, 최초의 블랙홀 쌍성(블랙홀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는 천체) 관측이자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입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연구단장) 등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회원들은 12일 서울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호텔에서 세계 최초의 중력파 직접 검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발견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고성능 중력파 관측장치인 미국 ‘라이고’(LIGO·레이저 간섭 중력파 관측소)를 중심으로 한 13개국 협력연구단인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중력파 직접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를 포함한 중력파연구협력단 회원 중 14명은 이번 연구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회견에는 14명 중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오상훈 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창환 부산대 교수, 이현규 한양대 교수, 김정리 연세대 박사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력파를 언제 관측했나.

▲ 지난해 9월 14일 처음 발견됐다. 그래서 명칭이 ‘GW(Gravitational Wave)150914’다. 가동한 뒤 처음 16일 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다.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측정한 것인데 13억 년 전이면 지구에 아주 원시적인 생명체밖에 없던 시절이다.

--한국 연구진은 얼마나 참여했나.

▲ 전체 LSC 인원이 1천명쯤 되는데 그중에 한국인 14명이 논문에 포함됐다.

우리는 참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그런 이유 때문에 빛나는 업적을 세웠다고는 말 못하지만,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크게 보면 중력파 데이터 분석과 중력파원의 모델링에 참여했다.

KISTI의 글로벌 대용량 데이터 허브(GSDC)에 라이고의 관측 데이터가 모두 들어와 있다.

--앞으로 중력파 천문학이 발달하고 초기우주도 연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빅뱅(대폭발) 때 발생한 중력파와 블랙홀 충돌 등으로 발생한 중력파를 어떻게 구분하나?

▲ 중력파는 진동수로 구분한다. 라이고가 관측하는 건 진동수 높은 고주파다. 초기 우주에서 나오는 중력파는 진동수가 엄청나게 낮다. 그 사이에 빅뱅과 현재 우주 사이에 존재하는 배경중력파가 있다. 앞으로 라이고의 감도가 높아지면 더 많이 관측할 수 있고, 파원의 진동수 등을 보면 구분할 수 있다.

--중력파와 전자기파를 비교하면?

▲ 전자기파는 전하를 띤 물체가 서로 가속하면 그 주위의 전기장과 자기장이 요동치는데 멀리서 보면 파동으로 움직인다. 그게 전자기파다. 중력파는 중력이 센 주변에서 시공간이 바뀌면서 잔물결이 일어나는 것이다.

중력파는 세기가 너무 약해서 커다란 질량이 아니고는 상호작용을 많이 하지 않는다.

--연구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점은?

▲ 시작할 때 어려웠던 점은 우리(연구 참여자) 빼고는 다 안 될 것이라며 비관적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발견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 믿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믿을 수밖에 없게 됐다.(부산대 김영민 박사과정)

▲ 사실 첫 신호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한국 연구단에서 제가 제일 먼저 알게 된 것 같다. 마침 생일이라 집에 와서 이메일 체크하는데 ‘very interesting event’란 제목의 이메일이 왔다. 작년 9월 14일 오후 8시 정도였다. 너무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였다. 회원들하고 공유하고 흥분해서 거의 밤을 새웠다.

이후 검증하면서 국제 전화회의를 하는데 시설이 미국에 있다 보니 그쪽에 맞춰 시간이 잡히면서 시차가 제일 힘들었다. 회의 있는 날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기 힘들었다.(오정근 선임연구원)

--중력파는 초기우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 원리적으로 우리가 보는 우주배경복사란 것은 우주가 38만 년이 될 때까지는 불투명해서 그 속을 볼 수 없다. 중력파는 아주 초기까지 투명하다. 물질에 의해 영향을 거의 안 받기 때문에 물질이 가리고 있어도 (중력파는) 그냥 지나가 버린다.

중력파 검측이 힘든 게 약하기 때문인데, 그러기 때문에 아주 먼 예전의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중력파의 저주라고도 한다.

--한국 연구진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중력파 검출기는 어떤 것인가?

▲ 소그로(SOGRO)라고 한다. 검출 방법이나 센서 형태 등이 라이고와 전혀 다른다.

라이고나 이탈리아의 버고(Virgo)는 고주파 검출기(10∼1천㎐)이고, 리사(LISA)는 아주 낮은 주파수 대역의 검출기(0.0001∼0.1㎐)다. 그 중간인 0.1∼10㎐ 사이에는 계획된 검출기가 없다. 소그로는 초전도 기술을 이용해 이 대역을 관측하려 한다.

블랙홀의 질량이 커질수록 중력파의 주파수가 낮아지는데 태양 질량 수준의 블랙홀과 엄청 무거운 블랙홀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간질량 블랙홀이나 백색왜성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영역에선 지진 잡음이 강하다. 또 아직은 원리적 수준의 아이디어이고 컴퓨터 모의실험, 분석기법 개발 등 검증을 거쳐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

--중력파 천문학의 문이 열리면 뭐가 달라지나?

▲ 중력파는 블랙홀 가까운 데서 일어나는 현상도 정확히 기록이 된다. 전자기파는 블랙홀 바깥에 대한 정보는 풍부한데, 안쪽의 정보는 아주 제한적이다. 그래서 전자기파 관측과 중력파 관측은 상호보완적이다.

중력파 천문학이 기존 천문학과 다른 점은 중력파로 볼 수 있는 현상은 (일이) 터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충돌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다만 그 충돌은 충분히 자주 일어나고 감도만 충분하면 1년에 수백∼수천 개를 관측할 수 있다.

또 타깃을 정하지 않으므로 어느 방향에서 (중력파가) 오든 다 기록이 된다. 중력파를 포착한 뒤 나중에 전자기파로 관측하는 등 기존 천문학과 접합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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