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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카페·아틀리에서… 그녀들은 쓰고 또 썼다

정원·카페·아틀리에서… 그녀들은 쓰고 또 썼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6-02-10 22:36
업데이트 2016-02-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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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35인 작업실 담아

“나 자신을 글쓰기로 몰아넣으려면 내 방이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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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 정원에서 글을 쓰고 있는 실비아 플라스. 이봄 제공
집 밖 정원에서 글을 쓰고 있는 실비아 플라스.
이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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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 책을 썼던 시몬 드 보부아르. 이봄 제공
카페에 앉아 책을 썼던 시몬 드 보부아르.
이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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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 말버러 담배를 든 채 꽃문양 커피잔과 타자기가 놓인 책상에 앉아 있는 수전 손태그.  이봄 제공
오른손에 말버러 담배를 든 채 꽃문양 커피잔과 타자기가 놓인 책상에 앉아 있는 수전 손태그.
이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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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화가들의 걸작이 걸려 있는 자신만의 아틀리에에서 집필한 거트루드 스타인. 이봄 제공
현대 화가들의 걸작이 걸려 있는 자신만의 아틀리에에서 집필한 거트루드 스타인.
이봄 제공
미국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의 말이다. 남편에게 ‘자기만의 방’을 요구했던 스토와 달리 추리소설의 대모 애거사 크리스티는 “튼튼한 책상과 타자기 외엔 필요한 게 없다”고 했다.

이렇듯 모든 작가들에겐 글이 풀리는 저마다의 공간과 조건이 있다. 독일 작가 타니아 슐리는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봄)에서 여성 작가들의 창작 공간에 주목했다. 집안일과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과거 일부 여성 작가들은 집이 아닌 제3의 장소로 내몰려야 했다. 중국 작가협회 부주석인 장제(張潔)는 화장실 변기 위에 널판을 올려놓고 앉아 600쪽의 장편을 쓰기도 했다. 종이나 펜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는 방랑형,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킨 채 골몰하는 골방형도 있다.

저자는 작가의 사진이나 초상화, 일기, 편지, 소설, 인터뷰 등을 통해 작가가 어디에서, 어떻게 썼는지 두루 살폈다. 18세기 제인 오스틴부터 동시대 작가들까지 35명의 여성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은 ‘피난처이자 낙원, 지옥’이었다. 책에는 사실이 아니라 관찰, 감상에 그치는 애매한 대목이 많다. 하지만 작가들의 재능이 움트고 발산된 공간을 담은 사진들이 이런 아쉬움을 압도할 만큼 아름답다.

유명 시인인 남편 테드 휴스와 달리 살림에 아이 돌보기까지 떠맡아야 했던 실비아 플라스의 사진에서는 집 앞 정원 등 야외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글쓰는 공간을 공개하기 싫었던 건지 집에서 쓸 수가 없었던 건지 분명치 않지만 재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에 닿지 못해 내내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던 작가의 내면이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공공장소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대표주자는 시몬 드 보부아르였다. 가사야말로 여자들의 자유와 삶, 글쓰기를 방해하는 덫이라고 여겼던 보부아르에게는 카페가 진정한 생활 공간이었다. 그는 카페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지금은 고전이 된 저작들을 완성했다.

자신만의 아지트를 고수하는 작가들도 많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현대미술 화가들의 후원가로 유명했던 거트루드 스타인은 모두가 부러워할 ‘호화판’ 집필 공간을 갖고 있었다. 피카소, 마티스 등의 명작으로 가득 찬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작품을 썼던 스타인은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글을 쓰곤 했다. 오빠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피카소를 사들여 걸어놨을 때는 “입맛을 떨어지게 할 뿐 아니라 글쓰기마저 방해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2-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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