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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근무·해외여행…‘명절 때 고향 안 가기’ 꼼수

당직근무·해외여행…‘명절 때 고향 안 가기’ 꼼수

입력 2016-02-06 15:25
업데이트 2016-02-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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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中 3명 “가족·친지가 명절 스트레스 원인”

미혼인 직장인 안지영(가명·29·여)씨는 이번 설 연휴에 당직 근무로 쉬지 못한다.

부모님께는 비밀이지만 사실 근무를 자원했다. 고향에 내려가 봤자 “빨리 시집가라”는 잔소리나 들을 것이 뻔한데 서울에 남는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안씨는 “그동안 언니라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있었지만, 언니가 결혼하면서 내가 타깃이 됐다”며 “작년 추석에 호되게 당해 이번에는 아예 마음 편히 당직을 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임현교(가명·30)씨는 설 연휴에 친구와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족에게는 서른살을 맞은 새해에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취업과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속마음이다.

결혼한 직장인들도 미혼자나 취업준비생들처럼 명절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김은수(가명·32·여)씨 역시 연휴에 근무해야 한다며 시댁이 있는 부산에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내려가봤자 쉬지도 못하는데 근무가 차라리 낫다”며 “주말에도 교대로 일해야 하는 회사라는 걸 시댁에서도 알고 있으니, 다음 명절 때도 근무를 자원할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돌아왔지만, 이처럼 고향가기를 꺼리며 ‘꼼수’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구인구직 사이트 ‘벼룩시장구인구직’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624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16.7%가 ‘가족·친지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의 부담감’을 꼽았다.

응답자의 14.1%는 ‘부모님·친지에게 들어야 하는 잔소리와 친척 간 비교’를 지목했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가족이나 친지를 명절 스트레스의 진원지로 여기는 셈이다. 안 그래도 힘든데 눈치없이 아픈 곳을 건드리면,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시방석에 앉은 듯 괴로운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명절 잔소리가 꽤 심한 스트레스라는 사실이 알려져 부모가 자녀를 배려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2년 전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상현(가명·28)씨는 고향이 광주지만 부모님께 이번에는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해 승낙을 얻었다.

이씨는 “부모님께서는 되레 평소에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며 “아직 원하는 ‘스펙’을 만들지 못해 고향 가는 게 부담스러운 만큼, 연휴 기간 열심히 공부해 영어 점수를 높일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육아에 지친 조정희(35·여)씨는 거꾸로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모처럼 스키장으로 떠난다.

조씨는 “시부모님께서 고맙게도 아이를 맡아주시겠다고 했다”며 “몇 년 동안 못 탄 스노보드를 타며 마음 편히 놀다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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