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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일은 이미 ‘진행형’이다/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시론] 통일은 이미 ‘진행형’이다/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입력 2016-02-04 20:44
업데이트 2016-02-0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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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2만 8759명이다. 3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올해로 만 19년이 됐다. 이 법은 탈북민 정착 지원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통일부로 이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탈북민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부터 ‘함께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일’이라고 하면 두 가지 뜻이 있다. 영토 통일과 제도 통일을 의미하는 ‘유니피케이션’(Unification)과 통합을 뜻하는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이다. 여기서 통합은 언어 통합, 역사 통합, 교육 통합, 복지 통합 등 남북 7500만 민족이 언어공동체·역사공동체·문화공동체로 완전히 하나로 되는 것을 말한다. 유니피케이션이 ‘물리적 통일’을 뜻한다면 인티그레이션은 ‘화학적 통일’을 의미한다. 동·서독 통일처럼 유니피케이션은 정치적 결단으로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 이후의 통합은 대략 30년 정도에 해당하는 한 세대가 걸린다. 화학적 통일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통일이 된 지 26년이 된 독일의 경우 아직도 통합이 진행 중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1997년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탈북민의 우리 사회 안착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지원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경제·사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70%에 이른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남한 주민과 비교해 각각 6.1% 포인트, 1.4% 포인트가 낮다. 평균 소득은 남한 근로자의 3분의2 수준이다.

변화 추세를 보면 희망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탈북민 고용률은 2013년 51.4%에서 2015년 54.6%로, 같은 기간 실업률은 9.7%에서 4.8%로 개선됐다. 한국에 와서 자신의 소득에 만족한다는 탈북민 비율은 27.6%(남한 국민 11.4%),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23.8%(남한 국민 13.9%)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전반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민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남한 국민들의 탈북민들에 대한 수용성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탈북민들을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정권이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아무 죄도 없는 초등학생 탈북민 자녀가 학교에 가면 ‘빨갱이’로 따돌림을 당하는 게 현실이다. 탈북민 엄마는 가슴에 피가 맺힌다. 우리 주변의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대하듯이 탈북민들을 함경도 아지매, 평안도 아저씨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3만명 시대라고 하지만 5000만 남한 국민의 0.06%에 불과하다. 이 정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2400만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수용하겠는가.

북한 전체주의에서 살아온 탈북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자기 힘으로 자립·자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남북하나재단도 교육, 취업·창업, 건강·의료 분야에서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 속도는 너무 느리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40개의 탈북민봉사단이 발족했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은 우선 12개 단체를 대한민국에 잘 정착하고 있다는 뜻인 ‘착한(着韓) 봉사단’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사회봉사 참여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조사 결과 자원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탈북민은 23.5%로, 남한 국민의 평균 18.2%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정착을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국민들이 탈북민들을 그냥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의지다. 탈북민들을 진정 ‘먼저 온 통일’로 받아들이려면 우리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오는 6월 호국 보훈의 달이 오면 필자는 탈북단체장들과 함께 헌혈하러 갈 생각이다. 많은 탈북민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2016-0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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