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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관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김용환 문화관광연구원 석좌위원

[열린세상] 관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김용환 문화관광연구원 석좌위원

입력 2015-12-22 21:14
업데이트 2015-12-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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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문화관광연구원 석좌위원
김용환 문화관광연구원 석좌위원
세계 각국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무한경쟁 중이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관광시장 규모는 7조 60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8%를 차지했고 1억 50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3.8%씩 성장해 2024년에는 전 세계 GDP의 10.5%와 고용의 10.7%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세계 각국은 관광산업을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를 위한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진력 중이다.

우리 정부도 관광산업을 부가가치 창출과 일자리 확대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관광산업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관광호텔을 건립할 수 있게 됐으니 1980년대 말 관광산업이 과소비와 호화 낭비의 주범으로 몰려 여신 규제를 받던 시절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이렇듯 관광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이면에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급증이 있다. 2010년 이후 한국을 찾는 유커는 매년 100만명가량 증가해 왔다. 앞으로도 해외 관광에 나서는 중국인은 지금보다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 동질성, 한류 등 우리의 관광경쟁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관광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걱정이 앞선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광경쟁력은 2013년 25위에서 지난해에는 29위로 하락한 반면 일본은 9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1420만명으로 일본보다 많았으나 올해에는 2009년 이후 지속됐던 양적 우위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연간 1조엔 이상 지출하고 있는 유커를 적극 유치하고자 민간의 빈집을 활용한 숙박시설 확충 방안을 추진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유커의 한국 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우리 시장이 일본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대응해야 할까. 관광 정책의 패러다임을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전환해 관광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다양화, 융복합화를 도모해야 한다. 논어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씀이 있듯 내국인 수요가 전제돼야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외국인 수요도 생긴다. 우리가 케이팝과 K드라마를 외면했다면 지금처럼 세계인들이 즐기는 케이팝과 K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광산업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그동안 관광산업은 부동산 개발의 일부로 이해돼 왔다. 산업은행의 정책 자금은 아직도 제조업 등에 집중되고 있고, 시중은행으로부터의 대규모 여신이 용이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산업 재원 조달은 사업단위 회원권 분양, 제2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이뤄져 왔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사업당 20억원 내외의 소액 융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장기 투자나 대규모 융복합 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운영 노하우는 낙후됐으며 고비용·저생산성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 산업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면 규제 완화와 함께 산업은행의 장기 정책자금 지원, 주변 교통 인프라 확충, 운영인력 육성,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0.5% 미만인 관광 R&D 비중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높은 지가 수준을 고려할 때 토지에 대해서는 수출용 제조업에 준하는 정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 싱가포르, 홍콩, 중국은 고용창출 효과가 큰 대단위 관광산업에 대해서는 25~50년 무상으로 토지를 임대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자본 회임 기간이 길고 수조원의 대규모 투자 재원이 요구되는 세계 수준의 대규모 관광사업을 추진하려면 일본, 싱가포르, 홍콩의 예에서 보듯 민간의 창의성과 공공의 안정성이 결합하는 제3섹터 방식의 민관 협동투자가 관광 분야에서도 활성화돼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2015-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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