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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오열하는 김현철

끝내 오열하는 김현철

입력 2015-11-26 15:49
업데이트 2015-11-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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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과 군정(軍政) 종식의 상징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된 국가장(國家裝)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안식에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닷새 만에 치러진 영결식은 ‘서설(瑞雪)’이 내리는 가운데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 20분 동안 거행됐다.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유지를 기리고 영면을 기원했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묵념, 고인의 약력 보고에 이어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조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황 총리는 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생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염원한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게 오늘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언제까지나 우리나라를 지켜주시고 국민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한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면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 역정을 함께한 많은 후배·동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세우고, 임께서 염원하셨던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은 이어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고 생전 영상 상영과 헌화·분향, 추모공연에 이어 3군 통합조총대의 조총 발사와 조약 연주로 마무리됐다. 영결식 직후 운구 행렬은 김 전 대통령이 46년간 살았던 상도동 사저와 내년 완공을 앞둔 기념도서관을 들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과로와 심한 감기 증세로 영결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대신 이날 낮 서울대병원 빈소를 다시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배웅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전직 대통령으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영결식에 불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 시신을 모신 관과 영정이 운구차에 실려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8분간 지켜보면서 애도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영하권 날씨에다 야외에서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국회 영결식에 참석하기 어렵게 되자, 이날 빈소에 들러 고인과 작별을 고했다.

7박 10일간 진행됐던 다자회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23일에 이어 재차 빈소를 찾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춘 셈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감기 증세에다 다자회의 순방 등에 따른 과로가 겹쳐 건강이 악화됐다.

다소 수척해진 얼굴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박 대통령은 이병기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현기환 정무수석과 함께 발인 예배가 끝난 뒤인 오후 1시 5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빈소 밖에 대기 중인 영구차 옆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김 전 대통령의 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도열병이 관을 운구차에 싣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영정 사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목례로 애도의 뜻을 나타냈고, 관을 실은 영구차의 트렁크가 닫히자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 유족들과 함께 영구차 앞으로 이동해 재차 고개 숙여 인사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두 손으로 현철씨 손을 잡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한번 명복을 빌고 영결식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라며 위로했고, 현철씨는 “몸도 불편하신데 와주시고,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례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현철씨로부터 다른 유족을 소개받고서는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유족들은 “편찮으신데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구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고인을 향해 목례했고, 영구차가 장례식장을 벗어나 국회 영결식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야외활동 자제를 권유한 주치의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예우를 갖춰 김 전 대통령을 ‘영결’(죽은 사람과 영원히 헤어짐) 하겠다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서울대병원 방문을 결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앞서 김성우 홍보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치의는 현재 박 대통령이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계시면 곧 있을 해외 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장기간 외부 공기의 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다시 가서 김 전 대통령과 영결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한번 위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야당인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발인제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박 대통령의 고별 인사가 공교롭게도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친을 떠나보낸 당시 상황과 닮은 꼴로 진행된 셈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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