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메르스 교훈’ 벌써 잊었나…갈길 먼 방역 안전

‘메르스 교훈’ 벌써 잊었나…갈길 먼 방역 안전

입력 2015-11-25 10:33
업데이트 2015-11-25 10:3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지부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예산 확보 못해”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25일 마지막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35)가 끝내 숨을 거두며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5월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여섯달여 동안 우리의 방역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역시 각 방안을 어떻게, 언제 실행하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우르르’ 병문안·가족간병 문화…인식 바뀌어야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 치사율 20.4%….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식 병문안·간병 문화’를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했다.

지인이 입원하면 여러 명이 함께 병원을 찾아 음식을 나눠먹거나, 보호자가 숙식하며 병상을 지키는 특유의 문화 탓이다.

실제로 메르스 확진자 중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객 등 방문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이에 대형병원이 먼저 나서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 ‘병실 면회 시간제한’ 등 조치를 하고 응급실 보호자 및 방문객 관리에 나섰지만 아직 미흡하단 지적이다.

병문안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픈 가족은 구성원이 돌봐야 한다’는 간병 제도 역시 개선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방역당국은 이를 위해 2013년 7월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2018년까지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추진 속도는 더디다.

◇ 음압격리도, 안전장비도 없이 환자 이송…불안함 방역망

80번 환자는 완치된 지 열흘 만인 지난달 11일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이날 새벽 고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에 도착한 뒤 일단 응급실과 별도로 설치된 선별진료소(발열호흡기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았다.

환자 및 보호자 측에서 메르스 환자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 측은 선별진료소에서 이 환자를 진료한 이후 일반 응급실, 소생실 등으로 옮겼고 이 과정에서 다른 환자, 보호자와 접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80번 환자는 발열 증상만 있고 호흡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메르스 때문이 아니라 기저질환인 림프종으로 인한 증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16명이 자가격리, 38명이 능동감시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80번 환자가 메르스 감염 이력이 있었던 만큼 선제적으로 음압격리 조치를 취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격리자를 만든 것이다.

또, 80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이동할 당시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대원은 환자의 메르스 감염을 의심할 만한 정보나 정황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이 환자를 수술용(보건용) 마스크, 라텍스 장갑만을 낀 채 이송했고, 14시간이 지나서야 환자 상황을 방역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

80번 환자를 병원에 인계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약 14시간 동안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80번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을 포함해 119구급대원 6명과 이 차량을 이용한 다른 환자·보호자 6명 등 12명이 격리조치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방역체계가 국민이 안심할 정도로 촘촘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 지지부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예산 확보 못해”

지난 9월 정부는 메르스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개편 방안에는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감염병 발생시 방역대책본부장 역할을 맡아 방역 상황을 총 지휘토록 했다.

또, 감염병 긴급상황실(EOC)을 설치해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고 음압격리병상을 2020년까지 1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달 초 환자·소비자·의료단체 등과 함께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를 만들어 세부 실행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했다.

정부가 방역체계 개편을 위한 큰 방향은 제시했지만 각 방안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 등에 대해 명확히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급성·중요성 등에 따라 ‘긴급-단기-중장기’로 나뉜 개편방안 과제가 언제 완료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방역 강화를 위한 역학조사관 확충 역시 필요한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메르스 당시 전국의 역학조사관이 30여명에 불과해 곳곳에 허점을 보였다며 조사관 수를 늘리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확충하겠다는 방역당국의 약속이 ‘말’뿐인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인력 및 관련 직제를 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서는 예산이 없어도 예비비로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다 촘촘한 방역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방역당국의 강한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