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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시민의 단상] 또 다른 양극화

[윤용로 시민의 단상] 또 다른 양극화

입력 2015-11-01 23:28
업데이트 2015-11-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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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환은행장
윤용로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환은행장
# 우리나라처럼 음식 배달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전화만 걸면 몇 분 안에 따뜻한 음식이 현관문 앞까지 배달된다.

직접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여름에 젊은이들이 해변에서 짜장면을 배달받아 먹는 광경을 본 적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발달에 따라 배달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이 출현해서 전화보다 모바일에 의한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루어진 조사를 보니 야식 배달관련 앱에 가입되어 있는 업체의 거의 4곳 중 한 곳이 위생상태 불량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리 배달시스템이 발달되어 있어도 배달상품이라는 콘텐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은 혁신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와 같이 실물경제와 융합된 경우에는 그 바탕인 실물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수백 년에 걸쳐 발전을 이룬 선진국들에 비해 빠른 기간에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룬 우리나라는 외적인 성장에 걸맞은 내적인 정비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이런 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기본이 충실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ICT라는 외형만 발전하게 되면 그 결과는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예로 든 배달시스템의 경우도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을 선진적인 ICT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먹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얼마 전 차를 몰고 가다가 차선을 바꾸려고 방향을 바꾸는데 실수로 옆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 옆 차에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그 차는 경적음을 울리면서 따라오다가 내 차 앞으로 들어오면서 창문을 열고 무어라 소리쳤다.

차는 외제 고급차였지만 운전 예절이나 방식은 그에 맞는 것 같지 않았다. 얌체 운전자들을 많이 경험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의 실수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섭섭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우리가 타는 자동차는 고가의 외제차를 비롯해 아주 좋은 자동차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차를 운전하는 우리의 의식은 아직은 외형적인 자동차의 수준 향상에 비해 미흡하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그간 우리의 삶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마음가짐이나 행동양식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즉 우리의 생활수준을 하드웨어라 하고 의식수준을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간극이 아직도 크다는 느낌이다.

근년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양극화 지적에 대해 학문적 논쟁이 많았다. 적절한 빈부의 격차는 잘살려는 의지를 자극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양극화가 지나치면 경제발전에도 해가 되고 사회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커다란 부작용이 있게 된다. 특히 디지털화와 글로벌화의 급진전에 따라 국내와 국가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양극화와 함께 생활수준과 의식 간의 양극화(간극)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런 두 가지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수준과 의식 간의 양극화가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질 만능 풍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공동체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세는 우리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가 보내준 ‘중산층’에 대한 영국사람들의 정의(정확한 것인지 모르지만)는 마음에 새길수록 따뜻하다.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와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2015-1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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