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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부쳐/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부쳐/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입력 2015-10-28 18:14
업데이트 2015-10-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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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이 비정상적 상황에 부닥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특히 근현대사 부분의 교육이 종북성향을 보이거나 우리의 정치 경제적 성과를 비하하는 모습을 고발하곤 했다. 이제라도 역사를 바르게 가르쳐 미래 세대가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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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육 정상화의 첫 번째 방법으로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택했다. 국정교과서로의 회귀에 대한 찬반양론은 누구라도 가능하고 건설적인 반대라면 얼마든지 서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작금의 반대론자들의 근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토론과 타협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반대의 가장 두드러진 근거는 친일 및 독재의 미화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온 것이 친일파라는 것이고 유신독재를 했으니 그 시기를 미화할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로서 그쳐야 한다.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면서 특정 인물이나 시기를 미화한다면 그것을 그냥 두고 보겠는가?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를 가능성만 가지고 형사 처벌하자면 동의하겠는가?

두 번째 근거는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한다는 주장이다. 중고등학교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쓴다고 해서 역사 해석을 국가가 독점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교과서 집필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우리 세대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세월과 함께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특정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천착(穿鑿)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한다고 하여 이 정부가 교과서를 직접 쓰는 것도 아님은 물론, 앞으로 역대 정부의 국사편찬위원회가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많은 학자를 모아 합리적으로 편찬해 간다면, 그래도 국가가 역사해석을 독점했다고 하겠는가?

세 번째와 네 번째 근거는 선진국 중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과 과거 우리의 국정교과서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탄생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의 역사교육은 다양한 문제를 토론식으로 진행하여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대부분 교사에 의한 일방적 지식 전수와 암기식 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실제 채택되고 있는 7종의 역사 교과서들은 다양성보다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경도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에는 테러에 준하는 위협이 가해져 결국 채택을 취소했다. 이것이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다양성인가? 지금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입각한 역사 해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를 정권 홍보와 정당화에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와 지금은 민주주의의 발달 수준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권과 역사학 교수들의 반대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는 국정화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권 홍보나 미화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국정화 반대는 논리적 합리성을 결여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우리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간다고 비난한다. 필자가 보기엔 국정화 자체가 사회를 양분한 것이 아니라 국정화를 반대하기 위해 야권이 동원한 친일 독재 미화 프레임이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

필자는 국정화가 역사교육의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교과서와 상관없이, 역사교육 시간이 아니어도 일부 교사들이 역대 대통령을 폄하하고 천안함 용사들을 비난하고 있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성취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들이 특정 이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을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5-10-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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