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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톡톡] “일개미 세상에서도 일은 하는 놈만 해요”

[사이언스 톡톡] “일개미 세상에서도 일은 하는 놈만 해요”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5-10-12 22:42
업데이트 2017-10-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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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2.6%만 열심히 71% 농땡이”

아, 진짜 열 받네. 그동안 나만 게으르고 나쁜 곤충으로 만들더니 자기들은 나보다 훨씬 더 심하잖아. 이런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너무 화를 내다가 내 소개가 늦었군. 나, 베짱이야.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바로 그 베짱이. 여름철에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을 비웃으며 나무 위에서 노래만 부르다가 겨울이 오자 먹을 것이 없어 개미한테 음식을 구걸한다는 얘기는 어릴 때부터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 이솝 아저씨가 쓴 그 우화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는 게으르고 개미는 부지런하다는 오해를 갖게 된 것은 정말 억울해. 우리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애벌레로 지내다가 9~10월에 성충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든. 그리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 일하는 개미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거든.

다행히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그런 오해를 풀어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지 뭐야. 미국 애리조나대 대니얼 샤르본 박사와 안나 던하우스 박사는 5개 개미 집단 250마리의 행동을 하루 6회씩 2주 동안 관찰한 결과를 ‘행동 생태학 및 사회생물학’ 최신호에 발표했어. 관찰 결과는 그동안 오해를 뒤집는 반전이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일개미는 일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지. 관찰한 일개미 중 2.6%만 열심히 일하고 71.9%는 쉬엄쉬엄 일을 하는 등 농땡이를 치고 있었으며, 25.1%는 아예 일을 안 하고 있다지 뭐야. 나도 개미들이 우화에서처럼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왜 그렇게 일을 안 하는지는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 나도 잘 모르겠어.

그동안 과학자들은 일개미가 이름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나 봐. 그 때문에 과학자들은 일개미가 교대 작업을 하면서 다음 차례가 올 때까지 쉬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토머 크자츠케 박사는 ‘게으른 개미들의 몸집이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보다 더 큰 것을 보면 다른 집단과 전쟁에 대비하는 개미들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 이번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게으른 개미들은 너무 어리거나 늙어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더군. 이번 연구가 나에 대한 오해를 얼마나 풀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10-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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