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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빨래판으로 쓰이다 세계기록유산 된 유교책판

땔감·빨래판으로 쓰이다 세계기록유산 된 유교책판

입력 2015-10-10 20:15
업데이트 2015-10-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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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제작 목판으론 세계 최초 기록유산 등재 “유교문화 세계가 인정한 쾌거”…책판 내용 데이터베이스화

“잠자고 있던 민간 기록물이 세계적인 문화자산이 됐다.”

경북도는 9일 유교책판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 “유교문화를 세계가 인정한 쾌거이고 책판 수집, 관리 등 10여년이 넘는 노력의 결실이다”고 밝혔다.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한 유교책판은 전국 305개 문중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718종에 6만4천226장의 목판으로 조선시대 유학자 저작물을 인쇄·발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을 추구하며 살던 사람들의 평생 기록을 항구적으로 보존·보급하기 위해 민간에서 스스로 만들었다.

1460년 경상도 청도의 선암서원에서 판각된 배자예부운략(排字禮部韻略)부터 1955년에 제작된 책판까지 500년을 넘나드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퇴계선생문집’은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며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판각한 책판은 근대 출판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해 주는 등 역사·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많다.

책판 내용은 유학자 문집, 성리학 서적, 족보·연보, 예학서, 역사서, 훈몽서, 지리지 등 다양하다.

목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는 팔만대장경과 베트남 응웬왕조 목판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그러나 국가나 종교 차원이 아니라 민간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목판으로는 유교책판이 세계 최초다.

책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민간에서 보존·관리했다.

어떤 가문이 보관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다.

어려운 집안에서는 땔감으로 사용해 아궁이 속에서 불타 없어지기도 했다.

운반하기 적당한 크기에다가 글자를 새길 때 생긴 요철(凹凸) 때문에 상당수 집안의 목판은 빨래판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 책판은 산업화를 거치며 훼손되거나 없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질 뻔한 유교책판은 한국국학진흥원이 목판수집운동을 벌여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2002년 한국국학진흥원이 훼손·멸실 위기에 놓인 목판 10만장을 수집하는 운동을 시작해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를 통해 퇴계 이황의 개인 문집 등 전국에서 6만장이 넘는 책판을 기탁받았다.

이 목판은 2005년 정부 지원으로 국학진흥원 안에 마련된 목판전용 수장시설인 ‘장판각’에 보관돼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뒤에도 목판 기탁은 이어지고 있다.

국학진흥원은 유교책판 상설·순회 전시를 검토하는 한편 일반인과 전문 연구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책판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할 방침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번 쾌거는 개인과 문중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유교책판 가치를 경북 선비정신과 결합해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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