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우상은 메릴린 먼로…코미디·액션 연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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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마르소, 동작 하나하나 화보
영화 ’제일버드’로 BIFF 방문한 소피 마르소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소피 마르소
손 흔드는 소피 마르소
1980년대 수많은 남학생의 책받침에 코팅된 사진 속 주인공인 프랑스 배우 소피 마르소(48)가 부산을 찾았다.

’제일 버드’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

9일 오후 해운대구 파크하얏트 부산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난 마르소는 “안녕하세요. 저는 소피(입니다)”라는 미리 준비한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서 명성을 가진 곳입니다. 관객이 전 세계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에 초청받아 영광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 초청받았고 올 때마다 사랑받고 감동받기에 우리(한국 관객과 자신)의 관계는 오래된 우정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1980년 ‘라붐’의 사랑스러운 소녀로 세계 영화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데뷔한 마르소는 이후 ‘유 콜 잇 러브(여학생)’, ‘샤샤를 위하여’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빼어난 미모로 스타 자리를 지켰다.

특히 수많은 소년이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소피 마르소의 사진을 책받침으로 쓰면서 온종일 닳도록 보며 지냈기에 그를 아직 ‘책받침 여신’으로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많다.

마르소는 그 계기가 된 ‘라붐’을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았고 ‘책받침 여신’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반가움을 표시했다.

”’라붐’이라는 영화도, 유명한 ‘헤드폰 장면’도 제 인생에서 중요했던 것입니다. 배우로 살다 보면 많은 별명을 얻게 됩니다. 아직도 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이 저에게 ‘당신은 나의 젊음의 일부’라는 말을 해줍니다. 그 말 때문에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마르소는 여배우로서 ‘변신’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오랜 기간 연인으로 지낸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격정’ 등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브레이브 하트’, ‘안나 카레리나’ 등 할리우드 영화들로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이후 연출에도 도전했으며 최근까지 배우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동시대에 활약하던 여러 여배우가 활동을 줄이거나 은퇴한 것과 상반된다.

”’내가 아직도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제까지 많은 여배우가 지속적으로 일하지 못했지만, 저는 영원히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고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가 오기는 하겠죠.”

소피 마르소는 역할모델로 삼거나 우상으로 여기는 영화인이 있느냐는 물음에 할리우드 스타 메릴린 먼로를 꼽았다.

”저는 남들이 영화를 보기 시작할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릴 적에는 아이돌(우상)이 없었죠. 요즘에는 메릴린 먼로가 저의 아이돌이 됐습니다. 보기만 해도 매료되는 사람이지요. 흥미롭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요.”

좋아하는 한국영화나 영화인을 묻자 그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극찬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에 환상적인 영화를 봤어요. ‘취화선’을 봤는데 정말 걸작이고 명작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로 ‘무인도에 가면 들고갈 영화 10편’이라고 하죠. 그 10편 중 ‘취화선’이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이 젊은 감독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좋은 감독인 것 같습니다.”

부산 초청작인 ‘제일 버드’(감독 오드리 에스트루고)는 남편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간 마틸드(소피 마르소)가 남편의 연락이 끊기면서 자신의 힘으로 감옥에서 벗어나려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바닥까지 추락하는 여성의 내면을 연기한 경험에 대해 그는 최근에는 상업영화보다 작가주의 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영화가 존재합니다. 작가주의 영화들은 감독 자신의 색다른 표현을 하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입니다. ‘제일 버드’의 감독의 첫 장편을 봤을 때 인간에 대한 자기만의 시선이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제일 버드’를 하게 됐고 인기나 유명세보다는 영화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독특하게 형태화하며 만들어 나가는 영화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작업을 묻자 ‘코미디’와 ‘액션’을 꼽았다. 그는 액션 블록버스터 ‘007 언리미티드’에도 출연한 바 있다.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코미디에는 특별한 리듬감, 안무, 웃음이 많으니까요. 액션영화도 찍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제가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달리고 떨어지고 그런 거요.”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요청받은 마르소는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표시하고 팬들에게 권하는 말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관객은 영화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중요성에 대한 말을 하고 싶어요. 영화란 남에게 다가가는 일입니다. 내 세계를 떠나 타인에게 다가가는 일이죠. 열린 자세로 다른 사람을 대하면서 영화를 즐기게 됩니다. 한국 관객은 이미 영화를 사랑하니 제가 더 할 말이 없겠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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