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체육대회 고공강하 여성 특전사 5명 참가… 지난 1년간 호흡 맞춘 베테랑
“처음 고공강하를 했을 때는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떨렸어요. 하지만 막상 뛰어내리니 평소 훈련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더라고요.”여군 특수전사령부 김성미(왼쪽부터) 중사와 김미란 상사, 이경만 상사, 최유림 중사, 이지선 중사가 7일 포항 해병대 제1사단 고공강하 경기장에서 두 손을 모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적게는 800회에서 많게는 3000회의 강하 기록을 갖고 있는 이들이지만 처음부터 겁 없이 뛰어내린 건 아니다. 최유림 중사는 “고교 2학년 때인 2008년 건군 60주년 행사를 보며 특전사의 꿈을 키웠다”며 “내가 하고 싶어 도전했지만 첫 강하 때는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긴장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여군 태극 전사들이 이날 치른 종목은 1100m 상공에서 낙하해 반지름 16㎝의 원에 착륙하는 정밀강하. 원의 한가운데에 착륙하면 0점이고 1㎝ 벗어날 때마다 0.01점씩 가산된다. 점수가 낮을수록 순위가 높다. 원 안에는 전자식 패드가 있어 신체의 첫 부분이 닿을 때 점수를 매기게 되는데, 선수들은 보통 발뒤꿈치로 패드를 터치한다.
팀 경기에서는 5명이 5초 간격으로 차례로 뛰어내리며 가장 나쁜 점수를 뺀 4명의 기록을 합산한다. 최정상급 기량을 갖춘 유럽 선수들은 보통 1~3㎝ 이상 벗어나지 않으며 여군 특전사들도 대부분 5㎝ 내외의 오차를 기록할 정도로 출중하다. 이날 끝난 개인전에선 이지선 중사가 8라운드 합계 0.27점으로 공동 21위에 랭크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미란 상사는 1999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제2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베테랑이다. 무려 3000회의 강하 기록을 갖고 있다. 김 상사는 “1년 내내 이 종목만 훈련하는 유럽 선수들과 달리 우리는 실전 훈련을 해야 하는 등 여건이 다르다”면서 “그러나 지난 1년간 5명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성미 중사는 “어릴 때부터 가라테 등 운동을 좋아했고 특전사를 꿈꿨다”며 “성취감과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훈련한다”고 매력을 소개했다.
글 사진 포항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5-10-08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