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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너무 솔직해?”…정상들의 말 뒤집어 보기

“아베는 너무 솔직해?”…정상들의 말 뒤집어 보기

입력 2015-10-06 16:21
업데이트 2015-10-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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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타결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단한 성과물이다”

 “중국이 아닌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써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이 난황 끝에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에서 공식 타결된 직후 일본과 미국 정상들이 보인 첫 반응이다.

 TPP는 7년 간 지리하게 끌어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정치·경제적 요구가 높았다.12개 참가국 가운데 협상을 주도해온 미국과 일본에게는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신의 한 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속내가 반영돼 있다.

 외교적인 협상도 그렇지만 TPP처럼 경제적인 협상의 경우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란 있을 수 있다. 협상 결과에 대해 일방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자화자찬하는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협상에 실패했거나 최소한 많이 양보했다고도 이해할 수 있어 외교적으로 표현과 수위를 조절하곤 한다. ‘이해의 균형’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외교적 관례나 상대국에 대한 예의는 국내 여론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리면 한 순간에 도로아미타물이 된다. 외국의 반응이나 평가는 한 다리 건너이고, 당장은 자국 국민들에게 정부가 얼마나 국익을 위해 협상을 잘 했는지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지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TPP 협상 타결에 대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반응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솔직할까, 아니 직설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인지, 반대로 불안하다는 소리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아베 총리는 5일 밤 9시 조금 지난 시각 미국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공식 발표가 있기 1시간 10여분 전 타결 소식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본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례적이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TPP 대략적 합의 사실을 발표한 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미래에 큰 성과”라고 평가하며 환영했다. 공식 입장은 하루 뒤 나왔다.

 아베는 6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협상을 주도,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TPP는 기회를 가져 올 것”이라고 자평했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국내용 코멘트’구나 였다. 협상 참여를 결정하기까지 일본 농민 등 TPP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의식한 평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베 총리의 말대로 일본이 이번 TPP 협상에서 미국과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로 주도권을 행사했고, 과연 결과가 최상이었는지도 시간을 두고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협상국 모두가 정말 윈윈하는 결과인지 인준 과정을 지켜보면 답이 보인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공식 발표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전 10시쯤(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의 첫 코멘트가 언론에 보도되고 거의 2시간 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TPP는 21세기에 필수적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주는 것”이며 “TPP는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고 우리 노동자들에게 성공을 위한 공정한 기회의 틀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잠재적 고객 95% 이상이 외국에 사는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쓰고, 노동자 및 환경 보호를 위한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의 관객은 미 국민과 의회, 그리고 중국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할 것 없이 어느 나라 정상이든 모든 결정은 자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다른 나라 정부든 언론이 뭐라고 하든 중요한 것은 자국 국민의 평가다. 따라서 협상 결과가 설사 기대치에 못미치더라도 정확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능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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