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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철학자 한병철 “셀카와 자해는 같은 원인서 비롯”

재독철학자 한병철 “셀카와 자해는 같은 원인서 비롯”

입력 2015-10-05 13:51
업데이트 2015-10-0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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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출간 간담회…”한국도 시리아 난민 책임” 쓴소리

재독 철학자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는 “셀카(자기촬영사진)를 찍거나 자해를 하는 것은 모두 공허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에로스의 종말’ 출간을 기념해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족스러운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얻게 되는 선물”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런데 현대사회에 들어서 타자가 없어지면서 자기 자신 또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에게 타자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나를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좋아요’처럼 자기확신을 가져다주는 거울이나 성적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타자가 사라지다 보니 현대인은 자기 속에 몰입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자기 자신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런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밖에서는 셀카를 찍고 집에 들어가서는 자해를 하는 변태적 사회로 변하게 됐다”며 “자기 자신을 찍거나 직접 손목을 그어 피를 흘리는 행위로 자기를 느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자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사랑도 없다.

한 교수는 “우리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사랑을 ‘경영’한다”며 “사랑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이익을 분산해 절대적 손실이 없도록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고려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독일로 건너가 전공을 바꿔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한 독특한 길을 걸었다.

그가 2010년 발간한 ‘피로사회’와 2년 뒤 낸 ‘투명사회’는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피로사회’는 2012년 한국에도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도 유명한 한 교수는 시리아 난민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언론을 보면 시리아 문제를 거의 쓰지 않고 다루더라도 남의 일로 여기는 듯하다”며 “그러나 시리아 난민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자유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여기에 동참하는 한국 또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리아 또는 아프리카 난민의 고통과 가난에 대한 책임은 한국도 당연히 져야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만큼 시야를 세계적으로 넓히고 세계사회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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