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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수면제 NO! 잠 못 이루는 원인부터 찾으세요

무작정 수면제 NO! 잠 못 이루는 원인부터 찾으세요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5-10-04 17:44
업데이트 2015-10-0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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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44.8%가 앓는 ‘노인 불면증’ 벗어나려면

아침에 잠자리를 빠져나오는 게 가장 괴로운 ‘저녁형 인간’도, 새벽 뒷산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도 나이가 들면 수면 패턴이 비슷해져 새벽잠이 점점 없어진다.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져 일찍 잠들고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은 많지만 실제 수면 시간은 젊었을 때보다 줄고,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거나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낮잠도 덩달아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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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수면 구조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 현상이다. 그러나 수면 중 깨는 시간이 현저히 증가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나이 탓’으로 돌릴 일만은 아니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 불면증 환자는 18만 5574명으로 전체 환자(41만 4524명)의 44.8%를 차지했다. 특히 60대 여성(10.2%)과 70대 여성(10.1%) 가운데 불면증 환자가 많았다. 불면증 환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연령대는 30대로, 특히 30대 여성에게서 연평균 증감률이 10.4%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노인 환자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노인 불면증은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것인지, 병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지 구분하기 어려워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증상이 심해도 나이가 들어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제때 치료받지 않아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거꾸로 우울증 때문에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조사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의 50%에서 수면 장애가 나타난다고 한다. 불면증의 원인은 우울증, 요통, 두통, 신경통 등의 만성 통증과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 위 식도 역류 질환, 관절염, 치매, 파킨슨병, 야뇨증 등 다양하다. 이 때문에 잠이 부족해 무기력감이 계속된다면 다른 병이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우선 병원 진료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불면증을 내버려두는 것도 문제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습관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해 생기는 약물 오·남용 부작용도 위험하다. 수면제 오·남용은 수면제 의존 문제 외에도 인지기능의 저하나 낙상으로 인한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가 수면제를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잠에서 자주 깨는데 이런 증상 탓에 불면증으로 오인하기가 쉽다.

김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다원화 검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 중 남자의 70%, 여자의 56%가 수면무호흡 진단을 받았다는 연구도 있다”며 “술이나 진정제, 수면제 등은 무호흡 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수면제 사용은 때론 더 큰 불면증을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개월 동안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다음날 매우 피곤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경우를 불면증이라고 진단한다. 김찬형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소 몇 시간은 자야 충분하다는 강박관념에 매달리면 오히려 불면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면증이 있더라도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종우 교수는 “신체적으로 뚜렷한 원인이 없으면 취침 시간 제한, 자극 조절법, 수면 위생 교육, 인지 행동 치료, 운동, 긴장 이완 요법, 바이오 피드백, 광 치료,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비약물 치료를 선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면제를 복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노인은 신체 및 정신과적 질환, 의존성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수면제는 4주 이내의 일시적인 단기 불면증에만 사용하는 게 좋고, 만성 불면증이라면 수면제 복용을 중단하고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

수면제는 크게 벤조디아제핀계와 비벤조디아제핀계로 나뉜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수면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편이지만 내성과 의존성이 문제될 수 있다. 특히 노인에게서 부작용 위험이 크며 장기 복용하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치매 환자는 혼돈과 불안이 심해지고 행동이 잘 조절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이어 새로 개발된 수면제다. 일반적으로 잠들기가 어려운 사람은 단기간 작용하는 약을 복용하고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깨거나 일찍 깨는 사람은 비교적 오래 작용하는 약을 복용한다.

수면제를 복용할 때는 의사가 처방한 복용량을 절대로 초과하지 말고, 수면제의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기계를 조작해선 안 된다. 약을 복용한 후에는 적어도 8시간 동안 술을 마시지 말고, 밤늦게 술을 마시더라도 수면제를 복용하기 2시간 전에는 술잔을 내려놔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불면증은 생활요법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 밤늦은 시간에는 음주와 흡연, 과식을 피한다. 잠자리에 누워 15분 이상 잠을 청해도 잠들지 않으면 과감히 일어나 가벼운 소설 등 책을 읽는 게 좋다. 요가나 명상 같은 이완 요법도 도움이 된다. 숙면에는 연잎차와 산조인차가 효과적이다. 녹차처럼 따뜻한 물에 말린 연꽃의 잎을 우려낸 연잎차를 마시면 마음이 초조하거나 불안해 잠이 오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 산조인은 산대추나무의 성숙한 종자를 건조해 만든 것으로, 중추신경계통에 대한 조절 기능이 뛰어나 불면증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재다. 단백질과 비타민C도 많이 들었다. 산조인을 살짝 볶은 후 보리차처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가슴이 답답해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쉽게 화를 내는 증상이 완화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10-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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