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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상·사료값↑, 출하가격↓…삼중고 오리농가 ‘한숨’

AI 비상·사료값↑, 출하가격↓…삼중고 오리농가 ‘한숨’

입력 2015-10-04 10:45
업데이트 2015-10-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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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초 AI 홍역 치른 충북 음성 오리사육단지 AI 차단위해 고군분투 사료값 ㎏당 470원→550원, 출하가격 8천원→6천500원 “올겨울 사육 포기할 판”

”사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출하 가격은 떨어지는데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까지 해야 하니… 언제 어디서 AI가 터질지 몰라 늘 마음 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 AI로 큰 홍역을 치른 충북 음성군 맹동면 봉현리 오리 사육단지에서는 요즘 다시 AI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축산농가와 음성군이 AI를 막으려고 벌이는 방역으로 인적이 뜸해지면서 마치 바다에 의해 격리된 외딴섬 같은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배어 나왔다.

축사 주변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소독약을 뿌려대는 음성군 방역 차량이 내는 굉음이 이따금 적막감을 깨고 있을 뿐이다.

봉현리 오리 사육단지에서 낯선 손님을 제일 먼저 맞는 것은 축사 입구마다 설치된 출입통제 안내판과 자동 소독기다.

농가는 AI 매개체인 야생 조류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축사 밖에 그물망을 촘촘하게 쳐놓았다.

축사로 들어서자 중대형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전실’이 눈에 띄었다.

축사 입구와 사육장 사이에 비닐을 드리워 만든 전실은 AI가 창궐할 수 있는 겨울철 찬 바람이 축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종의 차단 막이다.

사료 운반차는 축사 밖에서 자체적으로 차량 외부를 소독을 한 뒤 축사 입구에 설치된 자동 소독기를 통과해야 한다.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통과해야만 사육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역 시스템이 온전히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 AI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내 오리·닭 사육 농가들이 AI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기헌(55) 한국 오리협회 충북도지회장도 다른 축산농가와 마찬가지로 농장 주변을 소독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해와 올해 초 AI로 자식처럼 키우던 오리 7만마리를 도살처분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남달라 보였다.

정 지회장은 “지난 8월 중순에 이어 최근 두 번째로 새끼 오리 3만마리를 들여다 키우는데 불청객 AI가 발생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맹동면에서는 31개 농가가 50여만마리의 오리를 사육하고 있다.

음성군도 이런 점을 고려해 맹동면사무소에 방역 차량 1대를 고정 배치했다. 맹동면사무소는 이 차량을 이용해 매주 금요일 축사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군 전 지역에서 일제 방역이 이뤄진다.

이 지역 오리 사육 농가도 2인 1조로 ‘자체 방역단’을 꾸려 매일 축사 주변을 돌며 소독하고 있다.

이 지역 농가는 재입식 방법도 바꿨다.

예전에는 각각의 축사에서 키운 오리를 일정 기간(45일가량)이 지나면 출하하고 빈 축사를 소독한 뒤 오리를 다시 들여놓는 ‘밀어내기식’ 재입식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모든 축사의 오리를 한꺼번에 출하하고 다시 들여놓는 ‘올인 올 아웃’ 재입식으로 바꿨다. AI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충북도도 이달부터 ‘구제역·AI 특별 방역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5월까지 이어지는 특별 방역 대책 기간 타 시·도의 살아 있는 가금류나 사료의 도내 반입이 철저히 차단된다.

하지만, 농가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AI를 막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는 오리 사육 농가에 또다른 걱정거리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출하가격도 예년에 비해 형편없다.

정 지회장에 따르면 예년에 8천원하던 오리(3㎏ 기준) 출하가격이 올해엔 6천500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반면에 ㎏당 470∼480원하던 사료 값은 550원으로 치솟았다.

오리 사육농가가 AI 방역에 사료 값 상승, 가격 하락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 지회장은 “이번 겨울(오는 12월∼내년 2월)에는 오리를 들여다 키우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기간 오리를 사육하지 않는 농가가 축사를 소독하고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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