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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쏟아내면 방송탄다”는 난사범…미디어가 폭력 부추기나

“피 쏟아내면 방송탄다”는 난사범…미디어가 폭력 부추기나

입력 2015-10-04 10:44
업데이트 2015-10-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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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 언론 보도가 또다른 폭력 부른다’ 연구결과로 확인

미국 오리건 주 대학 총기난사범 크리스 하퍼 머서(26)가 범행 전 남긴 “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더 주목을 받게 된다”는 블로그 글이 미디어와 폭력의 상관관계라는 해묵은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머서는 지난 8월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생방송 기자 총격사건’의 범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을 가리켜 “그와 같이 외롭고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피를 약간만 쏟아내도 전세계는 그들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들의 얼굴이 모든 방송화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온다”라며 이같이 적어 큰 충격을 줬다.

자신과 같은 ‘외톨이’가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름으로써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되는 현상에 주목한 발언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머서의 글처럼 폭력에 관한 언론매체의 관심이 또다른 폭력을 불러온다는 세간의 인식에는 과연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까.

불행히도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가설은 일정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콜롬비아 EAFIT 대학의 마이클 지터 교수와 독일 노동시장연구소가 지난 197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테러 공격에 관한 기사 6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테러 관련 보도가 많아질수록 그 직후 또다른 테러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터 교수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테러 사건과 자연재해 등의 더 큰 사건과 동시에 발생해 덜 비중 있게 보도된 테러 사건을 비교한 결과 최초 테러 사건의 기사 숫자와 후속 테러 사건의 횟수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에 관해 NYT가 기사 한 건을 추가로 쓰면 같은 나라에서 뒤따라 발생한 비슷한 테러 공격의 수는 11∼15% 늘어났다.

사망자 수에 초점을 맞추면 테러에 관한 기사를 한 건 더 쓸 경우 그로부터 일주일 내에 발생하는 또다른 테러로 1명에서 2명 사이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디어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한 최근 15년 사이에 테러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연간 테러 발생건수는 1998년 1천395건에서 2012년 8천441건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테러 공격에 따른 사망자 수도 3천387명에서 1만5천396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참수 등 잔인한 동영상과 선동적인 메시지를 퍼뜨리는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탓이기도 하다.

지터 교수는 “테러 조직이 과도한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테러리즘에 관한 선정주의적 보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테러리스트에게 공짜로 미디어 수단을 제공하는 일을 멈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오리건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관할 경찰서장인 존 핸린은 취재진에 “(범인을) 미화하거나 그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만들어내지 말라. 그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을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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