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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로 한끼 때우고 로또에 희망 걸고…불황의 그림자들

‘편도’로 한끼 때우고 로또에 희망 걸고…불황의 그림자들

입력 2015-10-04 10:27
업데이트 2015-10-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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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술 소비 사상 최대…지표 개선 속 체감경기는 겨울사무실 텅텅 비고 ‘깔세’ 점포만 난립

생산과 소비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여 경기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생활 속 불황’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

편의점에서 값싼 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편도족’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고, 가전·주방제품 대여를 넘어 일반 의류 대여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하면서 지하철 인근 상가에는 ‘깔세’ 매장이 부쩍 늘었다.

이러다 보니 실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괴리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 경제 안 좋으면 편의점이 뜬다?’편도족’ 증가세

최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편의점 분석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편의점의 지속적 성장을 예상하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황형 소비 패턴이 강해지면서 편의점 매출의 꾸준한 개선 흐름이 단시일 내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우려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는 ‘편도족’의 증가는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 패턴이다.

편의점 매출은 담배가격 인상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비해 유독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패턴 변화가 겹쳐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8월 편의점 소매판매액은 1조5천61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9% 늘었다.

같은 달 면세점이 포함된 대형마트 판매액은 6.6%, 백화점 판매액은 5.0% 줄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지면서 지하철 상가나 창고형 매장에 둥지를 틀던 ‘깔세’ 매장은 전통시장까지 파고들었다.

깔세는 보증금 없이 몇 달치 월세를 미리 내고서 잠깐 장사를 하고 사라지는 점포를 말한다. 보통 간판 상호와 관계없는 물건을 ‘눈물의 폐업 처리’ 등 자극적 광고 문구를 내걸고 판다.

전국의 자영업자는 올해 8월 기준 562만1천명으로 1년 새 18만3천명이나 줄었다.

◇ 늘어가는 텅 빈 사무실…공실률 2008년 이후 최고

기업 매출이 부진해지면서 강남, 여의도권 등 서울 각지에서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싸라기 땅에 있는 임대료가 비싼 건물은 물론이고 중소형 빌딩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13.1%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도심이 12.3%로 가장 나쁘고 강남이 10.8%, 여의도·마포는 9.2%였다.

지방 도시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부산은 14.9%, 대구는 15.9%였고 인천은 18.6% 수준이었다. 대전은 21.5%에 이른다.

공실률이 높아진 것은 오랜 불경기로 사무실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부진과 조선업 불황 등의 여파로 올 2분기 기업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 중 제조업은 2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5% 줄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이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수출 대기업 실적이 하반기에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넥타이도 빌려서 맨다…불황 ‘新풍속도’

취업난과 불황으로 소비를 줄이는 대신 빌려쓰는 것을 선택하는 ‘신(新) 풍속’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대여시장은 명품과 자동차, 가전제품 위주로 돌아갔지만 최근 일반 의류와 액세서리 대여가 주목받고 있다.

예전에는 돌 잔치 의상 등 화려하고 값비싼 옷을 대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넥타이, 재킷 같은 일반 의류로 대여 품목이 다양해졌다. 주요 고객층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의류와 신발·가방, 화장품 판매액은 최근 3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의류 판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7% 떨어졌고 화장품과 신발·가방 판매액은 각각 8.6%, 6.9% 감소했다. 서적 판매액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줄었다.

이처럼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복권은 불티나게 팔렸다.

’불경기일수록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7천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천500억원(9.2%) 증가했다.

연간 복권판매액은 2011년 3조805조원을 돌파한 이래 올해 5년 연속 3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술·담배도 잘 팔리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가 술과 담배를 사는 데 쓴 돈은 월평균 3만2천496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쓸 돈이 줄어들자 옷값, 책값을 줄이고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며 로또복권에 희망을 걸어보는 국민이 늘어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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