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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숍에서 성추행범 몰려 127일간 억울한 옥살이 한 남성

마사지숍에서 성추행범 몰려 127일간 억울한 옥살이 한 남성

입력 2015-10-04 12:09
업데이트 2015-10-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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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이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던 중 유사 성행위를 거부했다가 오히려 성추행범으로 몰려 구속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1심 재판을 받으면서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게 유리하다’는 국선변호인의 설득에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4일 법원 등에 따르면 원단판매업자 A(35)씨는 지난해 8월20일 오전 2시께 술을 마신 후 마사지를 받으려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로마 마사지숍에 들어갔다. A씨는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는 6만원짜리 서비스를 선택했고, 안마사 B(36·여)씨가 들어와 마사지를 했다. 1시간 뒤 A씨는 3만원을 더 내고 마사지 시간을 추가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30분이 지난 후 갑자기 A씨와 B씨, 업주 C씨간 심한 언쟁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했다. A씨는 “B씨가 마사지 도중 갑자기 내 성기를 만져 강제추행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B씨와 C씨는 “A씨야말로 마사지를 받다 말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강요하다가 주먹을 휘둘렀다”고 맞섰다. 경찰과 검찰은 업소 측의 말을 믿었다. 검찰은 이 업소를 건전 마사지숍으로 판단, A씨가 B씨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다가 이를 뿌리치는 B씨의 얼굴을 한 대 때리고서는 자신의 죄를 숨기고자 무고까지 했다고 결론짓고 A씨를 강제추행 및 폭행, 무고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기관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A씨는 재판이 진행되자 돌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국선변호인의 충고에 따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선처를 받으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A씨는 예상과 달리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자 A씨는 항소하면서 다시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마사지숍이 아로마 마사지 후 ‘전립선 마사지’를 핑계로 유사성행위를 해주고 돈을 받는 퇴폐 마사지 업소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정황은 A씨의 친형이 밝혀냈다. A씨의 형은 동생이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생각에 업소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갔다. 그리고 업주 C씨가 “유사 성행위를 제공한다”고 설명하는 장면을 몰래 녹화해 법원에 제출했다.

퇴폐 업소가 아닌데 추행에 무고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던 B씨와 업주 C씨는 법정에서 재생되는 증거 영상을 보며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일반 마사지숍인 줄 알았는데 B씨가 갑자기 성기에 크림을 바르고 주무르기에 거부했다”면서 “전립선마사지는 중단하고 마사지나 더 해달라고 하자 C씨가 뒤에서 욕을 했고 이 때문에 화가 나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 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던 이유에 대해 A씨는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반박할 증거가 없을 때 실형을 피하려면 자백하는 게 낫다’고 해 겁을 먹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털어놓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홍승철)는 지난달 24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주장한 바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법정에 섰는데 변호인으로부터 ‘계속 부인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듣고 허위 자백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인정했다. 이어 “B씨와 C씨의 진술에 비해 A씨의 진술이 더 일관되고 구체적이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씨는 127일 동안의 구치소 수감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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