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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화소통을 통해 느낀 ‘진짜’의 힘/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시론] 문화소통을 통해 느낀 ‘진짜’의 힘/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입력 2015-09-17 18:06
업데이트 2015-09-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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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음악가들이 젊어 낯설었다. 문화를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에 감동했다.” 왕쥔 상하이 국제문화예술제 대표가 지난 2일 마친 ‘문화소통포럼(CCF) 2015’ 참가 뒤 한국을 떠나며 한 말이다.

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대표
올해 6회째를 맞이한 CCF는 ‘스마트 시대의 문화소비’라는 주제로 마무리됐다. 세계적으로 문화, 예술 그리고 소통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15개국 15명의 문화소통계 리더들을 초청해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요 20개국(G20)의 대표들이 사흘 동안 한국의 맛과 멋을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획부터 현장 사전 답사까지 하느라 동분서주하는 필자를 보고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지인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심신이 힘들고 저녁엔 녹초가 되더라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한국 문화에 눈을 빛내는 각국의 문화소통계 리더들에게 한국의 참된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보람찬 이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은 전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국문화 체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문화 교류를 실현하고,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려 세계와 문화로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국제회의 통역사로서 각계 리더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사소통에 전력을 다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나아가 그들이 한국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펼치는 일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입버릇처럼 ‘세상이 빠르게 돌아간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 오늘날에는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과 나의 생활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그 범위는 지구 반대편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그간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낀 것은 진정한 문화소통을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CCF 프랑스 대표로 2011년과 2012년 두 번 한국을 방문한 소통학 창시자 도미니크 볼통은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인들이 소통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으로 ‘인터랙티브한 고독’을 거론한 바 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며 타자와 실시간 상호교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며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올해 프랑스 대표인 장 도손빌 샹보르성 대표도 토론회에서 “그 어떤 것도 직접 하는 인간의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SNS를 통해 공연을 보는 것은 직접 콘서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대체할 수 없다. 별미의 티라미수도 인터넷에서 그 맛에 대해 누구나 한마디씩은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실제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 참맛을 알 수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SNS 범람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생각할 바를 던져준다. 진정한 소통을 하기 원한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격언처럼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만나고 경험해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매년 한국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CCF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동영상 속 가수 싸이가 노래 부른 ‘강남’을 직접 걸어보는 느낌은 어떨까. 케이팝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한국인의 오랜 정서가 담겨 있는 국악 공연을 보고 직접 장구를 치며 장단을 맞춰보면 어떨까. 체험을 통해 외국인은 한국인의 정서를 더 깊게 이해하고 한국의 혼이 스며든 매력에 한껏 취해 원더풀을 연발하는 것이다.

행사 마지막 날 문화소통의 밤에서는 올해 CCF 한국대표 나윤선과 지난해 CCF 일본대표 지로 요시다의 ‘아리랑’ 공연이 열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된 아름다운 아리랑 선율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행사장 안의 참석자 300명이 ‘떼창’을 하던 아름다운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노래 하나가 전달하는 감동이 이리도 큰데, 아직 체험해보지 못한 한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외국인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느낀다면 그 파급력은 얼마나 클 것인가! 푸른 하늘이 눈부신 가을의 문턱에서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것과 다른 새로운 문화에 먼저 손을 내밀어 세계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한국이 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2015-0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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