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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조자 생존과 관행 척결/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기고] 창조자 생존과 관행 척결/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입력 2015-09-14 18:04
업데이트 2015-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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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스펜서가 자신의 저서 ‘개인 대 국가’에서 주창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이란 명제는 여전히 수많은 분야에서 유효한 이론이고 경영에도 적용돼 왔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으며, 소비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단순히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소비자 기호를 잘 분석한 재화를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의 수요 변화를 예측한 새로운 생태 시스템과 트렌드를 창조해 나가는 자가 생존하는 시대다. ‘현실에 적응을 잘한 자’가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때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했던 우리는 아직 이러한 ‘창조자생존’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보다 솔직히 말해 과거의 기억에 갇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급속하게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표준인 HTML5로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해 오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액티브X, NPAPI 같은 비표준 플러그인 방식에 안주하며 글로벌 웹 표준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이 같은 비표준 기술들이 급속하게 발전한 우리 인터넷 산업에 기술적 편의와 비용적 이점을 제공했던 것이 사실이다. 액티브X는 다양한 서비스 실행 기능을 이용자 컴퓨터에서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던 반면, 보안의 책임과 변화의 주체가 왜곡되는 문제는 간과하게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웹 표준과는 먼 고립적 생태계에 갇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액티브X 기반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롱이 나온 연유를 되짚어 볼 때다.

최근 MS사를 비롯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비표준기술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더 미룰 것이 아니라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들은 그간 액티브X와 같은 외부 플러그인으로 이용자에게 보안책임을 미뤄 왔던 공급자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웹 표준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을 이유로 본질적 변화를 회피한다면 우리의 보안서비스 품질은 더욱 악화되고, 결국 생태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부도 대체기술 가이드라인 제공, HTML5 전환 지원, 컨설팅 등 지금까지의 노력에 더해 웹 표준 인터넷 환경의 확산 노력과 구체적 실행 이정표를 제시하며 실질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미래 인터넷 세상은 모두가 합의한 글로벌 표준 아래 확장되고 발전할 것이다. 우리도 지금의 변화를 글로벌 기업 의존성이 높은 우리 인터넷 환경이 적자생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창조자 생존’ 환경에 맞는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며 남보다 앞서 가기가 쉽지 않다.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성취는 분명 남과 다른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곤 한다.
2015-09-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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