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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Oh, my Bagus Indonesia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①발리-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

해외여행 | Oh, my Bagus Indonesia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①발리-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

입력 2015-09-09 09:44
업데이트 2015-09-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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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어쩐지 애틋해지고 싶었다. 나는 그곳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대신 ‘바구스’를 외쳤다.

엄지손가락 척 하니 들 만큼 만족스러울 때 말하게 되는 인도네시아의 ‘따봉ta bom’이랄까.

발걸음을 늦추고 들숨과 날숨으로 만난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표정,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제각각 푸른빛을 뽐내는 울루와투 사원 전경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제각각 푸른빛을 뽐내는 울루와투 사원 전경




●Bali 발리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

최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웃음 너머로 곤한 삶을 보듬어 주는 위안의 메시지가 녹아 있어서인지 무려 두 문장에 달하는, 광고 카피치고 매우 긴 호흡에도 유행어가 된 이 말. 감히 발리에서 실천해 버렸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호텔 방에 들어앉아 멍하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발리의 명소들을 속속들이 찾아다니는 부지런을 고이 접어두고 그저 발리에 스르르 스며들었을 뿐.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 놓고 입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과감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꺼내 입었다. 우붓Ubud의 신록 가운데 자리 잡은 자그마한 수영장에는 다행히도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시선이 없다. 우붓에서는 투숙하지 않더라도 수영장을 개방하는 개인 소유의 빌라나 스파 리조트들이 꽤 있다. 가장 번화한 몽키 포레스트 로드만 하더라도 길 양쪽으로 가지 친 골목골목에 ‘swimming pool’ 표지판이 심심찮게 보인다. 구경삼아 몇몇 곳을 둘러보다 가장 구석지고 조용한 라카 라이 방갈로Raka Rai Bungalows에서 걸치고 있던 옷을 훌러덩 벗어던졌다. 바닥에서 발을 떼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물속을 걸어야 했지만, 수영장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참방참방 물장난만 쳐댔지만 물 위로 내 웃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호주의 바닷모래로 단장한 더 트랜스 리조트 발리
호주의 바닷모래로 단장한 더 트랜스 리조트 발리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수영을 못 하면 어떠리. 그냥 뛰어들면 그뿐이다
수영을 못 하면 어떠리. 그냥 뛰어들면 그뿐이다


단골이 되고픈 그곳

우붓이고 스미냑Seminyak이고 발리의 이름난 거리에는 이곳이 아니면 없을 것만 같은, 그래서 한참을 들었다 놨다 하다 결국엔 지갑을 열게 만드는 부티크 숍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밤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만 한낮에는 너무도 쨍한 바깥 날씨 때문에 안이 어둑해 보이기도 하고, 발리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에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부카BUKA’ 푯말이 걸려 있다면 망설이지 말자. 우리말로 ‘영업 중’이란 말이다. 감각적인 패션 소품들이 많은 마카시MaKaSSi와 폴레떼Polette, 수제 잼과 비누를 판매하는 코우 퀴진Kou Cuisine은 단골이 되고픈 곳들이다.

이름부터가 원숭이 천국일 거라 쉬이 짐작케 하는 몽키 포레스트Monkey Forest는 물론이고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울루와투 사원Pura Luhur Uluwatu에 이르기까지 발리에서는 원숭이와의 만남이 잦다. 무진장 과감한 발리 원숭이들은 바나나만을 탐하지 않는다. 선글라스며 가방이며 손아귀에 낚아채는데 스파이더맨이 따로 없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던가. 어디선가 구세주처럼 나타나 빼앗긴 물건의 주인을 되찾아 준 노부는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당당히 돈을 요구한다.

발리는 늘 한여름 날씨지만 6월부터 두어 달은 호주로부터 불어오는 겨울바람 덕분에 그리 습하지 않다. 한낱 땡볕 아래만 아니면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해질녘의 짐바란Jimbaran에도 전에 없이 보송한 바닷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마주앉기보다 같은 곳을 향해 걷거나,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 위로 숨어드는 태양은 주위를 멜랑콜리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모두들 참으로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짐작건대 내 표정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도 말이다.

감각적인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폴레떼의 우붓 매장
감각적인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폴레떼의 우붓 매장
싱그러운 기운으로 가득한 우붓의 골목
싱그러운 기운으로 가득한 우붓의 골목
관광객의 선글라스를 날름 빼앗아간 발리의 원숭이
관광객의 선글라스를 날름 빼앗아간 발리의 원숭이
짐바란 해변의 석양
짐바란 해변의 석양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 Travie writer 서진영 사진 김남용(Jiminpapa)

취재협조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www.garuda-indone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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