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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공감, 독자의 요구와 참여로 만들어지는 신문/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공감, 독자의 요구와 참여로 만들어지는 신문/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장

입력 2015-09-01 18:02
업데이트 2015-09-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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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장
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장
최근 의미 있게 본 기사는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와 ‘왜 한국 병사의 월급은 세계 최하위인가’(8월 29일자 16면)이다.

나의 경우 나홀로 육아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어릴 때에는 몸으로 온전히 아이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늘 시원찮았고,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모르는 넘치는 아이의 에너지를 힘겨운 몸과 곤두선 신경으로 살피느라 피곤함과 건망증으로 허둥대던 것이 일상이었다. 그 작은 존재에게 나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낯선 경험과 그 어린 생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무엇으로도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신비함의 대가라 생각하고 늘 감사했다.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했던 그 시절의 힘겨움과 막막함이 기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잠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한 몇 년 후면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복무하게 될 아이를 생각하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으로 기사 사진의 그 앳된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병사 월급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가 막상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놓은 자료를 보니 어린 아들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안전도 편안함도 아들들 덕분인데, 그들의 미래에 우리는 빚만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거울신경’이라는 게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신경세포인데,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하고 심지어 감정까지 이입하는 것이 이 세포 때문이라고 한다.

육아와 병사 관련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느껴진 것도, 최근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1인 방송과 체험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는 것도 이 거울신경과 무관하지 않지 싶다. 단순히 타인이 느끼는 것을 알고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내 것처럼 공유하는 감정, 이것을 우리는 보통 ‘공감’이라고 부른다. 이 공감 능력이 요즘 각 매체의 콘텐츠 내용을 결정하고 수준과 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중이 정서까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까닭이다.

독자와의 공감 영역을 조금 더 늘리려는 시도, 신문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 독자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신문, 예를 들어 서울 핫 플레이스, 달콤한 유혹 디저트 먹으러 백화점에 간다(8월 29일자 10, 12면) 기사의 경우 ‘20대가 꼽은 서울 핫 플레이스’, ‘30대 여성이 선택한 백화점 디저트 15선’과 같은 방식으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독자 참여는 공감 능력을 키울 것이고, 공감 영역이 커질수록 콘텐츠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 자체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불과 2년 전 법인 등록을 한 피키캐스트가 일평균 이용 시간에서 페이스북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성공 비결은 재미와 정보, 간편성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를 앞서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독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연관 검색어, 빅데이터, 그리고 포토 동영상을 온라인 지면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독자는 까다롭지만 늘 공감할 준비가 돼 있다.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독자의 요구와 참여로 만들어지는 서울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2015-09-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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