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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쇄신’ 문학동네, ‘방어·해명’ 창비…상반된 대응

‘퇴진·쇄신’ 문학동네, ‘방어·해명’ 창비…상반된 대응

입력 2015-09-01 17:12
업데이트 2015-09-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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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강태형 대표와 1기 편집위원 퇴진 예고… 백낙청 “한국문학 기여한 소설가 매장 움직임, 결코 합류할 수 없다”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불거진 지 3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의 중심에 선 출판사 창비와 문학동네가 상반된 대응을 보여 문학계 논란이 되고 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강태형 대표이사와 계간지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인 남진우·류보선·서영채·신수정·이문재·황종연이 다음 달 주주총회를 통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 대표와 1기 편집위원이 물러나면 권희철, 신형철, 차미령(현 주간) 등 2기 편집위원과 새로운 편집위원이 문학동네의 경영·출판과 관련한 쇄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12월 계간 ‘문학동네’ 창간 20주년을 맞아 세대교체와 분위기 쇄신을 위해 퇴진을 계획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신경숙 표절 논란이 일었고, 이번 기회에 결정을 서둘러 내렸다.

문학동네는 이에 맞춰 ‘문학동네’ 가을호에 ‘비평 표절 권력’ 특집을 마련했다.

’비평’ 부문에서는 김병익·도정일·최원식 평론가가 각각 한국문학 비평의 현실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지적하는 글을 새로 써 실었다.

최 평론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저의 기고문에는 이번 사태로 불거진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화두가 ‘비평의 혁신’임을 강조했다”면서 “’전문적인 독자’, ‘감시자’로서의 충실성을 잃어버린 비평가들이 비평을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표절’ 부문에서는 장은수 평론가가 ‘무엇을 표절이라고 할 것인가’를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권력’ 부문에서는 젊은 작가층인 김도언·손아람·이기호·장강명과 신형철 문학동네 편집위원이 ‘한국 문단의 구조를 다시 생각한다 - 작가들의 시선으로’를 주제로 좌담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서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발간한 창비와 비교했을 때 대조를 보인다.

’창작과 비평’은 가을호에서 ‘표절 문제와 문학권력’을 긴급 기획으로 다뤘지만 외부 평론가 3명이 기존에 열린 토론회와 한국작가회의 게시판 등에 발표한 글을 다듬어 싣는 데 그쳤다. 특히 신씨가 단편 ‘전설’에서 미시마 유키오 작품 ‘우국’의 일부 구절을 ‘차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윤지관 평론가의 글이 실려 논란을 더욱 키웠다.

또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은 책머리에서 신씨 작품의 논란의 구절을 ‘표절’ 대신 ‘문자적 유사성’이라고 설명하면서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옹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어 “창비가 어떤 언명을 하든 결국은 한 작가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합류하거나 ‘상업주의로 타락한 문학권력’이란 비난을 키우는 딜레마를 피할 길이 없었다”며 자신들이 침묵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서문 대부분을 할애했다.

여기에 이어진 백낙청 창비 편집인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백 편집인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신경숙 단편의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의도적인 베껴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신씨를 두둔했다.

이 발언이 더 큰 논란을 가져왔지만 백 편집인은 뒤이어 자신의 기존 입장을 더욱 강화하는 글을 또 올렸다.

백 편집인은 8월 31일 “(문제의 문장이) 일부러 베껴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상상력까지 동원해서 저자의 파렴치한 베껴쓰기를 단정하고 거기다 신경숙은 원래가 형편없는 작가였다는 자의적 평가마저 곁들여 한국문학에 어쨌든(항상 좋은 작품만 써낸 건 아니지만) 소중한 기여를 해온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에는 결코 합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예술창작의 과정에서 모방, 차용 또는 도용의 결과를 마트에서 들고 나오는 고정된 물체처럼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과연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창비와 문학동네를 향한 외부의 요구는 신씨 개인을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보여온 상찬 위주의 비평과 상업주의에 쏠린 ‘스타 작가’ 키우기 등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창비 편집인과 편집주간의 발언은 오류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태도를 이어간 것이며 이전에 창비가 보도자료에서 보여준 입장보다도 후퇴했다”면서 “반면에 문학동네는 만족할 만한 조치라고는 할 수 없어도 과거의 안정이 아니라 미래의 불안정을 택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홍정선 문학평론가는 “신경숙이라는 소설가를 일방적으로 매도할 게 아니라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창비가 제대로 비평하지 못한 데 대한 자기반성과 신경숙의 문제점, 한국 문단에 대한 통렬한 반성, 문단을 아끼는 마음에서 함께 갈 수 있는 변화 등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평론가는 다만 “문학동네 대표이사가 직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20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그의 영향력이 작아질지 의문”이라며 “문학동네가 지금까지 맹렬하게 추구해 온 상업성이 감소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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