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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전쟁 수위 한단계 올라갔다

글로벌 환율전쟁 수위 한단계 올라갔다

입력 2015-08-30 10:18
업데이트 2015-08-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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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 전쟁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각국은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통화 가치가 올라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엔화 약세로 그동안 누린 수출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추가로 돈 풀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미국 경기 호조에 따라 기준금리를 9월에 인상할 가능성이 있으나 중국발 쇼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9월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 중국발 쇼크에 환율전쟁 새 국면…신흥국 환율제도 손질

중국은 그동안 유럽과 일본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이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 약세의 혜택을 누리는 것을 지켜만 봤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중순 나온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는 무역 경쟁국 통화의 평가절하 추세에 맞춰 ‘환율 전쟁’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다른 국가들의 통화 정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중국 당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위안화 가치 절하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놨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자원 수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는 폭락했다.

가뜩이나 침체에 시달린 신흥국들은 중국발 쇼크에 자국 경제가 출렁거리자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카자흐스탄은 결국 환율 제도를 손질했다. 위안화 충격에 카자흐스탄은 지난 20일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했다.

케림 마시모프 카자흐스탄 총리는 세계 경제환경 급변 속에 안정적인 성장과 물가안정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지난 19일 올들어 세 번째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슈로더의 조안나 키르클런드는 최근 상황을 “환율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전격적인 통화 절하를 계기로 고정 환율(페그) 시스템이 갈수록 유지되기 어렵다는 쪽으로 투자자들이 베팅하는 모습이 완연하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환율을 달러에 고정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홍콩이 변동환율제로 바꾼 카자흐스탄의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환율 전쟁 재점화의 장본인인 중국은 최근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끌어내리며 통화 가치 하락에 힘을 실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통화정책의 극단적인 대비가 나타날 것”이라며 “각국이 기대만큼 성장을 못 하는 상황에서 내수가 부진해 수출을 통해 성장하려는 태도를 보여 통화 절하 분위기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통화 가치가 급락해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나라는 내수 부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루피아화 이상을 투자하는 신생 기업에 5~15년 동안 최소 10%에서 최대 100%의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불거졌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보다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쓸 여력이 커 보이지만 일단 소비 진작 대책을 내놨다.

한국 정부는 최근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3.5%로 내리는 내용 등을 담은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자동차,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내놓은 것은 2012년 9월 이후 3년 만이다.

◇ 유럽, 일본 등 선진국 통화 강세…추가 양적완화 전망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안화 절하 직전인 10일 이후 유로와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각각 3.23%, 3.10% 올랐다.

중국발 불안에 안전자산으로 취급받은 유로화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유럽 대륙의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금융시장 동요로 유로 가치가 오르면서 유로존 경제 회복에 대한 걱정이 생겨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 속에 유럽 경제도 비틀거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호시절’이 끝나고 경기 불안 걱정이 커지면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에도 역풍이 불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에 따르면 중국으로의 독일 제조업 수출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크게 줄어 상반기에 4.9% 감소했다.

중국발 쇼크로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행보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ECB는 지난 3월부터 국채와 민간 영역의 채권 등을 사들여 매월 600억 유로(약 77조6천496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엔화 약세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일본도 중국발 쇼크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성장 둔화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중국 수요의 감소 전망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은 일본의 연 2% 인플레이션 목표에 차질을 준다.

최근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상승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다. 실제로 유가의 하락 정도가 심해진 점이 물가 상승을 막았기 때문이다.

가계 지출도 작년 동기보다 0.5%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달리 0.2% 늘어 소비 회복세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이치생명의 신케 요시키 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좋지 않아 보인다”며 “가계 소비와 수출이 몇 달 전 일본은행이 말했던 수준보다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앞으로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FT는 “일본 경제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불안한 가운데 중국발 쇼크까지 겹치면서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 저울질

미국은 기준금리를 언제 올릴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있으나 중국발 글로벌 경제충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간 기준 3.7%로 수정 집계됐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 성장률은 3.2%였다.

FT는 “예상보다 강한 미국 2분기 성장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난제를 던져줬다”고 전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9월에 전격 단행될 수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재료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시장이 더 흔들릴 수 있다.

달러 표시 외채가 많은 나라는 금리 인상 후 달러 강세로 빚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특히 위안화 약세가 중국 기업들에는 달러로 갚아야 할 부채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화 보유액이 적고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특히 미국 금리 인상 과정에서의 취약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에선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위험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신흥국의 불안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한국 시장도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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