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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민생프리즘]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 경제 목표 삼자

[김동수 민생프리즘]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 경제 목표 삼자

입력 2015-08-23 23:58
업데이트 2015-08-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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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쯤,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외신 하나가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자동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도시가 어쩌다 그렇게까지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차원적인 분석이 줄을 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장 큰 요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몇 해 전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던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모두 파산했기 때문이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자동차산업의 추락은 회사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복지를 더 앞세우는 강성노조에 기인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쇠락에 따른 세수 감소에도 정치권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재정위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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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현재 그리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도 따지고 보면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노조와 그에 결탁하여 포퓰리즘적 정책을 편 정치권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런 사례들을 들지 않더라도, 노조가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만을 앞세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산 문제 역시, 그 이면에는 상당 부분 강성노조의 존재와 그에 따른 정규직 과잉보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규직이 근간을 이루는 노동시장은 바람직하지만, 성과에 따라 보수와 인사가 결정되는 유연성도 가미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정규직 보호시스템이 도리어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일단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승급되는 시스템에서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건강한 노동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기업도 정규직 채용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금피크제 및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그리고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 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 개혁 시도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동시장 개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97년 노동법 파동의 경험에서 보듯이 노동시장 개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어젠다이기에 정권을 내놓을 각오가 없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이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힌 독일의 하르츠개혁의 성공도 사민당 정부가 정권을 내줄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다. 개혁 이후 사민당은 결국 정권을 내줘야 했는데, 슈뢰더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동개혁을 밀어붙여 비록 정권은 잃었지만 나라를 구했다고 자부해 왔다.

이처럼 노동개혁을 이끌어 낸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필자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사의 자유는 보장하되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적인 파업은 철저히 차단하면서 노동계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정부가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할 정부와 사측도 개혁을 통해 양보와 희생의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로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노동계의 희생을 요구하기에 앞서 공공부문부터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정부와 사측도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 역시 노동개혁에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낼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정부가 경제정책의 목표를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에 두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더이상은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안정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소비가 늘고 경제도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률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고용증가율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놓이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2015-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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