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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두고 온 민들레/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두고 온 민들레/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5-08-06 18:02
업데이트 2015-08-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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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양지바른 둔덕에 민들레가 지천이다. 나부죽이 엎드려 너풀너풀 해풍을 탄다. 얼마나 오래 사람 손을 타지 않았던지 이파리가 여간 실팍하지 않다. 바닷가 땅에 농약 한 점 스쳤을 리 없고. 호젓한 휴가지에서 하마터면 소리칠 뻔했다. “심봤다!”

몸에 좋다는 야생 민들레는 귀하신 몸이다. 우리 시골집 마당에서도 대접이 극진하다. 바람결에 묻어온 씨가 어느 해 되퉁스레 눌러앉았다. 갈라진 양회바닥 틈에 까치발로 들어선 모양이 신통했던 데다 제 발로 떼 지어 찾아오니 기특했다. 어느새 무공해 6년근.

외지 사람들이 귀신처럼 두어 번 훑고 가면 시골 들산은 거짓말같이 다 털린다. 사방에 널렸던 잡초들이 간데없다. 쇠비름, 씀바귀, 할미꽃 등속. 보약이라니 씨 마르는 산야초들이다.

염치를 뭉개고도 끄떡없는 것은 사람 욕심. 재벌 형제의 싸움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것과, 아무리 눈 크게 떠도 볼 수 없어진 것들. 욕심 찬 마음은 연못의 물도 끓이고, 텅 비운 마음은 무더위 속에도 서늘하단다. 채근담에 돈 안 드는 피서법이 있었다. 그래 놓고 나는 아직 딴마음이다. 아까워라, 두고 온 민들레.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8-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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