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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녕 북한에 정보를 다 내주려 하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시론] 정녕 북한에 정보를 다 내주려 하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입력 2015-08-06 18:02
업데이트 2015-08-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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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일각에서 대국민 사찰용이라 단정하고 대한민국 국가 정보의 속살을 무차별적으로 드러내려 한다. 국정원장이 순수한 국민을 상대로 정보 활동을 한 것이라면 어떤 처벌도 받겠다고 밝혔음에도 진실을 계속 왜곡하려고 한다. 장비 구입도 불법이고 대통령의 통제를 받지 않은 것도 불법이며, 영장 없이 대북 공작원을 상대로 한 것도 위법이라고 강변한다.

각국은 정보요원의 신분 위장을 위해 다양한 물적 자산을 확보한다. 중국 신화사통신,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에어프랑스 등이 모두 정보 자산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5163부대를 전 세계에 국정원의 대외기구라고 누설하는 것은 국가안보 선진 국가라면 분명히 간첩죄로 처벌받아야 할 일이다. 이것이 프랑스가 올 5월에 그리고 이집트가 7월에 테러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허위 보도와 과장 기사를 처벌하는 테러 관련법을 제정한 이유다.

구속 등 사법 단죄가 뒤따를 수 있는 국내 정보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해외 정보는 국력에 비례한 사실상의 실력인 것으로 영장이 필요 없는 밀림의 세계다. 예전에는 해외 정보 활동을 외국에 나가 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내에서의 해외 정보 활동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미국에서의 해외 정보 활동으로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의 청와대를 상대로 전자감청 활동을 한 것이 스노든이 폭로한 위키리크스이고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미 NSA가 결코 영장을 갖고 청와대를 엿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국내에서의 해외 정보 활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국정원의 과거 잘못된 정보 활동에 연결해 국내 활동 모두를 대국민 사찰로 선동하는 무책임을 보인다. 한편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의 구분과 관련한 법적 쟁점 중 하나가 대북 정보는 영장이 필요한 국내 정보인지, 아니면 영장이 불필요한 해외 정보인지다. 정보를 모르는 일부 사람은 대한민국 헌법 제3조가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기 때문에 대북 정보도 국내 정보이고 따라서 영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대북 정보는 그것이 비록 서울에서 하는 경우에도 영장이 필요하지 않은 해외 정보다.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은 가치 지향적 선언일 뿐 국제법적으로 북한은 1991년에 대한민국과 유엔에 동시 가입한 엄연한 주권국가다. 법리적으로도 대북 정보를 영장이 필요한 국내 정보라고 하면 국정원은 북한에 대하여도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정보 등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1호가 규정한 국내 보안 정보만 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더 쉽게 표현하면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므로 김정은이나 조선노동당과 인민무력부 간부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 활동은 대국민 사찰이라는 궤변에 도달하게 된다.

또 국정원의 대통령 종속성을 전제로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정보 세계에서는 심지어 자국 대통령까지 의심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상대 세력이 가장 최우선으로 접근할 사람은 최고통수권자, 고급관료, 군 간부 그리고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방첩의 이중성으로 국내 정보 활동은 불가피하게 상대 세력이 접근할지도 모르는 자국민을 보호 차원에서도 감시해야 하는 속성을 가진다.

국가 경영의 한 축인 야당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비밀을 파헤치겠다는 것은 국회법이 만든 국회정보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일이고, 북한 인민무력부나 정찰총국이 알고 싶어 하는 비밀을 대신 들추어 내주는 대리 스파이가 될 위험성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국정원의 국내에서의 해외 정보 활동에 대해 법치주의를 원한다면 소위 스파이 법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해외정보감독법원 제도를 도입하는 법을 제정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 법제를 정비하지 않은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입법부가 정녕 정의를 원한다면 그 길은 제대로 된 국가 안보 대장전 만들기에 있음을 직시할 때 국익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2015-08-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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