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배우자 상속분쟁 4년새 2배
롯데그룹 일가의 부자·형제 간 경영권 다툼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다툼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A씨는 2013년 아버지가 13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 등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법원에 기여분 결정 및 상속재산 분할 심판을 청구했다. 법정 상속지분 비율은 어머니 1.5, A씨를 포함한 자식 3명이 1이었지만, A씨는 아버지 사망 전 몇 년간 자신이 부모를 모시면서 암 투병한 아버지를 간병했고 아버지 재산을 관리해 왔다며 자신의 기여분 30%를 먼저 떼고 나머지를 분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친아들을 상대로 반심판 청구를 했다. 남편의 군복무 기간 중 혼자서 5년 넘게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생들을 돌봤으며, 남편과 농사를 지으며 재산 형성에 기여했기 때문에 기여분 30%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청구는 근거가 없다며 기각하고 어머니에 대해 기여분 20%를 인정했다. 이어 자식들이 아버지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넣어 총상속재산에 포함시킨 뒤 이를 상속비율에 따라 나눴다. 형제들보다 훨씬 많은 1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9억여원의 현금을 이미 증여받았던 A씨는 받을 수 있는 상속분보다 받은 재산이 많아 결국 아무것도 못 받고 심판 비용만 부담하게 됐다.
5일 서울가정법원의 상속재산 분할 사건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연간 154건에서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2014년 266건으로 해마다 20∼30%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벌써 170여건이 접수돼 2011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법조계에서는 가족과 혈연의 중시, 장자 존중 등 전통적 가치가 사라지면서 상속재산 분쟁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경기 침체 같은 사회 현실 때문에 상속재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속재산이 많아야 다툼의 여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파트 한 채만 갖고도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세상이 각박해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08-0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