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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금연구역 추가 정비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열린세상] 금연구역 추가 정비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입력 2015-08-04 17:56
업데이트 2015-08-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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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여름의 절정이라 그런지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불쾌지수가 높아질 수 있는 이즈음이다. 엊그제 아이와 함께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두 사람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곁에 있던 아이와 함께 엉겁결에 담배 연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생’담배 연기를 맡기가 싫어서 아이와 함께 자리를 슬쩍 피하고 말았다.

물론 이런 현상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 정류소 등에서의 흡연을 자제하고 있고, 흡연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대했던 분위기가 바뀌어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속속 정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연시설이나 금연구역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금연구역을 설치할 수 있게 된 이유가 크다.

2004년 금연구역 지정을 두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소송까지 있었다. 헌재는 흡연권은 개인의 행복추구와 사생활의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혐연권은 여기에 더해 개인의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가치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보았다. 상위 기본권 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건강인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의 흡연권보다 크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서 합헌이라는 것이었다.

2012년 12월 면적 150㎡ 이상의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다시 올 초부터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업소로 금연구역이 확대됐다. 또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 지정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간접흡연을 금지하는 조례 설치를 통해 대로변, 광장, 특화거리 등 길거리 금연구역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전국의 금연구역(2014년 6월 말 기준)이 61만 5381곳에 지정돼 있으며 그 가운데 음식점이 16만 3992곳으로 가장 많다. 서울에는 1만 2141곳의 금연구역이 있다.

문제는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가 아직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을버스 정류소가 대표적이다. 상당수 지자체는 아직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 이런 곳의 금연구역 확대는 지자체의 재량이라서 이를 시행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적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평가를 통해 우수 지자체를 시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금연구역이 확대되더라도 흡연자들이 이면도로나 흡연 규제가 없는 곳으로 몰리면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가능성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연구역이 늘어나는데 간접흡연이 늘어나는 역설이다. 서울 사당사거리를 두고 관악구 정류소 도로변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동작구 지역 정류소는 그렇지 못해 흡연자들이 동작구로 몰려들었던 사례도 있다. 반대로 흡연자들의 불만도 높다. 금연구역만 늘리고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설령 그것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삿포로처럼 도시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역사 내의 특정한 공간에만 흡연공간을 설치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너무 극단적이다. 대신 적정한 흡연구역을 지역 여러 곳에 설치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분리형 금연정책이 훨씬 실효성이 클 것이다. 흡연구역 확보가 흡연자들에게는 맘 편하게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비흡연자들에게는 간접흡연을 피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 점에 착안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흡연구역을 따로 정해 두고 그 외 지역에서의 흡연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흡연구역을 금연 홍보 장소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흡연구역을 죽어서 들어가는 관 모양으로 표기해 흡연의 위험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도 이와 비슷하다.

이제 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는 비흡연자의 생명 보호 권리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마을버스 정류소, 택시 승강장 등까지 금연구역을 확대하되 흡연이라는 개인의 기호도 존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흡연 공간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2015-08-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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