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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 시게미쓰 “남편이 참석하지 않아… 제사에는 갈 수 없었다”

[롯데 형제의 난] 시게미쓰 “남편이 참석하지 않아… 제사에는 갈 수 없었다”

입력 2015-08-02 18:50
업데이트 2015-08-0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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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비행기 동승 단독 인터뷰

“제사에는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시게미쓰 하쓰코(88)는 단호하면서도 또박또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시게미쓰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를 낳은 모친이다. 시게미쓰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 보세구역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어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첫마디를 던졌다.

일본 가는 모친
일본 가는 모친 지난 1일 오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가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가 형제의 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시게미쓰는 7월 3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자택에서 열린 시아버지, 신진수씨의 기제사에 참석하지 않아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시게미쓰는 “제사에는 갈 수 없었다”는 말을 “호우지니와 데라레마센데시타”(法事には 出られませんでした)라는 일본어로 표현했다. 즉, 제사에 참석하고자 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인해 참석할 수 없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직설적인 표현을 대화에서 사용하기 꺼리는 일본인으로선 제사 참석을 원했지만 참석을 하지 못하게 한 모종의 이유에 대한 불만을 비교적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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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시아버지 신진수씨의) “제사에 참석하러 왔다”던 시게미쓰는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이틀 만인 1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시게미쓰가 이날 오후 3시 30분 김포발 하네다행 아시아나 OZ1045편에 탑승한다는 사실을 입수해 업무차 서울에 와 있던 기자가 같은 비행기에 동승했다.

옅은 감청색 바지에 점잖은 미색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시게미쓰는 비행기 비즈니스석의 앞에서 둘째줄 오른쪽 창가에 앉았다. 짧은 이틀간의 서울 체류 중에 겪은 일들로 다소 피로한 듯 내내 복잡한 표정이 읽혔다. 60대로 보이는 동행한 여성이 바로 옆자리의 통로 쪽에 앉아 있었다.

기내에서 시게미쓰를 알아보는 승객들은 없었지만 이륙 전부터 여승무원들이 귓속말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이 탔다”, “어디, 어디”, “앞에”라고 주고받는 얘기가 들렸다. 약 두 시간 뒤인 오후 5시 38분 비행기는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시게미쓰는 동행한 여성과 함께 롯데 측이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약자용 실내 전동차량에 탑승하고 100m 떨어진 입국심사대까지 갔다. 입국 절차를 마친 뒤 짐 찾는 곳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던 시게미쓰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당황한 기색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에 들어왔을 때나 이날 출국 전 만난 취재진 앞에서 굳게 입을 다물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게미쓰는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지난 31일 큰아들 신 전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치러진 제사에 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남편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1일 서울을 떠날 때까지 줄곧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에서 남편과 함께 있었다.

한국과 일본 언론이 롯데 일가의 분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게미쓰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느낌을 물었더니 시게미쓰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아들과 남편까지 얽힌 다툼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난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시게미쓰도 한 사람의 어머니였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똑같이 배 아파 낳은 자식 중 한 명만 선택하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장남과 차남,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둘 모두 아들이다”라고 단호하게 답한 뒤 “사랑하는 아들들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시게미쓰는 미리 보세구역에서 대기하던 롯데 측 직원과 함께 입국장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도쿄 황성기 특파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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