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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화석 ‘루시’ 만져 본 오바마 … “모든 사람은 같다” 열변

인류 화석 ‘루시’ 만져 본 오바마 … “모든 사람은 같다” 열변

박상숙 기자
입력 2015-07-28 18:04
업데이트 2015-07-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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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유골 알현 뒤 “멋지다” 연발

“특별한 사람에게 특별한 접근이 허락됐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자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수도 아디스아바바 궁전에서 열린 만찬에 앞서 예기치 않은 손님을 만났다. 그는 ‘루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초기 인류 조상의 유골을 코앞에서 살펴본 것뿐 아니라 심지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정식 명칭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인 이 화석은 1974년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에서 출토됐으며, 신장 1m가량의 20세 전후 여성으로 추정돼 루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루시는 이날 원래 거처지인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서 오바마를 위해 ‘특별 출장’을 나왔다.

루시 화석은 정확한 출토 시기조차 비밀에 부칠 정도로 귀하게 대접받기 때문에 손을 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을 얼마나 극진히 환대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그는 상자 안에 담긴 화석을 살펴보며 “멋지다”는 감탄사를 연발했으며 나중에 수행한 일부 국회의원까지 불러 진기한 경험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건배사를 통해 루시를 만난 감격을 전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사람이나 미국인, 세계 모든 사람이 같은 인간이라는 종, 같은 사슬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역경과 갈등, 비극과 폭력은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진한 환대에 감읍해서였는지 오바마 대통령은 독재 정권이란 눈총을 받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인권 문제와 민주주의 개선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 비난에 휩싸였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정부 수반인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라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 5월 말 치러진 에티오피아 총선에서 인민혁명민주전선이 의석을 100% 차지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데이비드 크레이머 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그곳의 진짜 상황을 잘못 전달한 것이자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현지인들의 사기를 꺾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인 리요트 알레무도 “에티오피아는 오바마 대통령과 국제사회 앞에서 민주적이고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5-07-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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